***초기경전/증일아함경

90 음식을 대하는 태도

slowdream 2009. 7. 20. 11:41

90 음식을 대하는 태도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이렇게 말씀했다.
“나는 항상 하루에 한 끼만 먹어서 몸이 가뿐하고 기력이 왕성하다. 그대들도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 몸이 가볍고 수행하기에 적절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자리에 밧달리라는 제자가 있었다. 그는 한 끼만 먹고는 기력이 약해져서 견디기가 어렵다고 했다. 부처님은 그에게만 재법(齋法)을 어기고 하루에 세끼씩 먹는 것을 허락했다.
그럼에도 어느 날 칼루다인이라는 제자가 해 저문 시간에 가사를 입고 걸식을 나갔다. 그가 임신한 부인이 있는 어느 장자의 집에 이르렀을 때였다. 마침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번개가 쳤다. 부인은 얼굴이 검은 칼루다인을 보고 귀신인줄 알고 놀라서 낙태를 했다. 이 일로 사위성에는 흉한 소문이 돌았다. 석종사문(釋種沙門)이 주술을 부려 남의 아이를 낙태시켰다는 것이다. 한편에서는 석종사문은 절도가 없어서 식사시간 때를 맞추지 못하고 돌아다닌다는 비난이 일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을 강당으로 모이게 한 뒤 이렇게 말씀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것은 도를 행하는 요긴한 법이다. 하루에 한 끼만 먹으면 몸은 가뿐하고 마음도 상쾌할 것이다. 마음이 상쾌하면 온갖 선근을 얻을 것이요, 선근을 얻으면 삼매를 얻고, 삼매를 얻으면 네 가지 진리(四聖諦)를 바르게 알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그대들이 도를 배운다면서 때를 알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다면 속인들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부처님은 수행자가 음식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가르쳤다.
그대들은 음식을 얻기 위해 걸식할 때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음식이란 맛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몸을 지탱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러므로 얻어도 기뻐하지 말고 얻지 못해도 걱정하지 말아야 한다. 음식을 얻었을 때는 시주의 은혜를 생각하고 먹되, 탐착하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다만 음식으로써 몸을 보존하여 묵은 병을 고치고 새 병이 생기지 않도록 기력을 충족하도록 해야 한다. 모든 음식은 걸식해서 먹어야 하며, 하루에 한 끼만 먹고, 먹을 때는 한 자리에서 한번만 먹어야 한다.
한편 부처님은 석 달 동안 근신하던 밧달리 비구가 찾아와 참회하자 이렇게 타일렀다.
“나고 죽는 것이 끊이지 않는 것은 모두 욕심 때문이다. 그대는 항상 욕심을 적게 갖고 만족할 줄 알며 온갖 잡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밧달리가 열심히 수행하여 아라한이 된 뒤 부처님은 웃으면서 이렇게 말씀했다.
“내 제자 가운데 음식을 가장 많이 먹는 사람은 밧달리(吉護)비구니라.”

                                            -증일아함 47권 목우품(牧牛品) 제7경



우리나라 스님들은 공양을 하기 전에 이렇게 오관게(五觀偈)를 외운다.
"이 공양물에 깃든 공덕을 생각하니

덕행이 부족한 나로서는 받기가 송구하네.

욕심껏 맛있는 것만 먹으려 하지 않고 건강을 지켜내는 약으로 삼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음식을 먹노라.

(計功多少量彼來處 忖己德行全缺應供

防心離過貪等爲宗 正思良藥爲療形枯 爲成道業應受此食)"

남방불교 스님들은 음식을 앞에 놓고 이런 명상을 한다.
"이 음식에 대해 바른 생각으로 관찰합니다. 맛을 즐기기 위함도 아니요, 배부르게 먹기 위함도 아니요, 몸을 살찌우기 위함도 아니요, 보기 좋게 가꾸기 위함도 아닙니다. 건강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이 몸을 유지하여 청정수행을 하기 위함입니다. 바른 관찰로써 배고픔의 오래된 느낌은 제거하고 배부름의 새로운 느낌은 일으키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수행하기 위하여 이 공양을 받겠습니다."

요컨대 수행자는 맛있는 음식에 탐착하지 말고 건강유지를 위해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가 바로 이 경전의 가르침이다.

 

출처 http://cafe.daum.net/hongsa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