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 소 길들이듯 자신을 다스려라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소치는 목동을 비유로 수행자들이 자기를 다스릴 것을 가르쳤다.
“목동이 11가지 방법으로 소를 키우면 소가 잘 크고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1은 소의 모양을 알 것, 2는 모양을 구분할 줄 알 것, 3은 억눌러야 할 때는 억누를 줄 알 것, 4는 상처를 잘 싸매서 고칠 줄 알 것, 5는 때에 따라 연기를 피워줄 줄 알 것, 6은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으로 가는 길을 알 것, 7은 소를 사랑할 것, 8은 소의 성품과 행실을 알고 적당한 때를 가려서 갈 줄 아는 것, 9는 강을 건널 때는 건너기 좋은 곳을 알 것, 10은 젖을 짤 때는 남겨둘 줄 알 것, 11은 때에 따라 부릴만한 놈을 알고 보호하는 것 등이다.
수행자도 11가지 방법으로 자기를 다스리면 큰 이익을 얻을 것이다.
첫째 사대의 형체를 알고 사대가 만들어진 과정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형체를 아는 것이라고 한다. 둘째 어리석은 것과 지혜로운 것을 알아야 한다. 이것이 모양을 아는 것이라고 한다. 셋째 욕심이 일어나거나 분노가 일어나거나 온갖 착하지 않은 생각이 일어나면 그것을 억제해야 한다. 이것이 억누를 줄 아는 것이라고 한다. 넷째 눈, 귀, 코, 혀, 몸, 뜻(眼耳鼻舌身意)로 모양, 소리, 냄새, 맛, 느낌, 관념(色聲香味觸法)과 접촉할 때 집착하지 않고 감관을 깨끗하게 하는 것이다. 이것이 상처를 잘 싸매서 고칠 줄 아는 것이다. 다섯째 들은 바 법을 사람들을 위해서 설법하는 것이다. 이것이 연기를 피울 줄 아는 것이다. 여섯째 여래가 가르친 여덟 가지 바른 길(八正道)을 알고 실천하는 것이다. 이것이 풀이 무성한 좋은 풀밭으로 가는 길을 아는 것이다. 일곱째 여래가 말씀한 가르침을 보배로 알고 마음으로 사랑하고 즐겨하는 것이다. 이것이 사랑할 줄 아는 것이다. 여덟째 십이부 경전(契經 祗夜 授決 偈 因緣 本末 方等 譬喩 生經 說 廣普 未曾有法)을 가려서 행하는 것이다. 이것이 성질을 알고 가는 길을 가릴 줄 아는 것이다. 아홉째는 네 가지 생각할 곳(四念處)을 아는 것이다. 이것이 강을 건너는 곳을 아는 것이다. 열째는 음식을 탐하지 않고 만족할 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젖을 남겨둘 줄 아는 것이다. 열한째는 몸과 입과 행동으로 장로를 받들 줄 아는 것이다. 이것이 어른을 잘 받드는 것이다.
수행자들이여. 소를 먹이되 게으르지 않으면 그 주인이 큰 복을 얻어 여섯 마리 소는 6년 동안 60마리로 늘어날 것이다. 수행자도 계율을 잘 지키고 선정을 잘 닦고 여섯 가지 감관이 고요해지면 6년 동안에 여섯 가지 신통을 얻게 되리라.”
-증일아함 46권 목우품(牧牛品) 제1경
중국 송나라 때 확암(廓庵)선사가 그린 십우도(十牛圖)라는 그림이 있다. 마음을 소에 비유해서 길들여나가는 과정을 그린 것인데 열 가지란 다음과 같다.
①심우(尋牛)=동자승이 소를 찾는 장면. ②견적(見跡)=소의 발자국을 발견하고 그것을 따라간다. ③견우(見牛)=꼬리를 보고 소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④득우(得牛)=드디어 소를 붙들어 고삐를 건다. ⑤목우(牧友)=소에 코뚜레를 뚫어 길들이기 시작한다. ⑥기우귀가(騎牛歸家)=흰 소에 올라타고 피리를 불며 집으로 돌아온다. ⑦망우재인(忘牛在人)=소는 없고 동자승만 앉아 있다. ⑧인우구망(人牛俱忘)=소도 사람도 실체가 없는 공(空)을 상징하는 원상만 나타난다. ⑨반본환원(返本還源)=망상이 사라짐 본래의 편안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⑩입전수수(立廛垂手)=지팡이를 짚고 육도중생을 제도하러 나선다.
십우도를 부처님이 말씀한 11가지 목우법(牧牛法)과 비교해보면 어떤가. 구체적 방법은 차이가 있다. 하지만 산란한 마음을 다스린다는 발상이 흡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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