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 아는 것보다 실천이 중요
부처님이 사위국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몰리야파구나 비구는 여러 비구니들과 서로 어울려서 놀기를 좋아했다. 비구니들도 같이 어울려 놀기를 좋아했다. 이를 보고 비구를 비방하면 비구니들이 화를 내고, 비구니를 비방하면 몰리야파구나 비구가 화를 냈다.
어느 날 이 사실을 알게 된 부처님이 몰리야파구나 비구를 불렀다.
“너는 수염을 깎고 집을 나와 수행을 하는 비구로서 왜 비구니와 친하게 사귀는가?”
“저는 부처님께서는 음행을 즐기는 죄를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사옵니다.”
“이 미련한 사람아. 여래가 어찌 음행을 즐기는 것은 죄가 없다고 했겠는가. 내가 무수한 방편으로 음행의 문제를 말했는데 듣지 못했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내가 지금 다른 비구들에게 물어보리라.”
부처님은 평소 음행문제에 대해 어떻게 말했는지를 다른 비구들에게 물었다. 비구들은 ‘음행은 죄가 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그러자 부처님이 다시 말씀했다.
“그대들은 알라. 어리석은 사람이 여래가 설한 십이부경을 외우고 익히더라도 그 뜻을 모른다. 그 뜻을 관찰하지 않고 순종해야 할 법에 순종하지 않기 때문이다. 행은 따르지 않은 채 입으로만 법을 외우는 것은 남과 경쟁하여 승부를 다투는 것일 뿐이다. 그것은 자기를 위한 것도 아니요 남을 제도할 수도 없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독사를 잡으려 할 때 외손으로 꼬리를 잡으면 뱀은 머리를 돌려 손을 물어 죽게 되는 것처럼 십이부경전을 모두 어림해 알더라도 그 뜻을 관찰하지 못하면 차라리 모르는 것만 못하니라. 그러나 지혜로운 사람은 하나를 외우더라도 행이 따르므로 마침내 열반에 이르게 된다. 마치 독사를 잡으려고 하면 쇠집게로 머리를 누르고 모가지를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하면 비록 그 뱀이 꼬리로 해치려 해도 어쩌지 못하는 것과 같다.
수행자로서 여래가 한 말을 다 안다고 하면서 도리어 죄를 짓는 사람이 있으면 그대들을 서로 충고해주어야 한다. 그래서 그가 그 행실을 고치면 좋지만 끝내 고치지 않으면 타락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 일을 숨겨주는 사람까지 타락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조심해야 한다.”
-증일아함 48권 예삼보품(禮三寶品) 제8경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이자 정치가였던 백낙천(白樂天)은 불교에 해박했던 인물이다. 그가 항주의 자사(刺使)로 부임했을 때였다. 인근의 영은사에 경산도흠(徑山道欽)의 법손으로 도림(道林)이라는 선사가 있었다. 새처럼 나무 위에 둥지를 틀고 좌선을 한다고 해서 조과선사(鳥窠禪師)로 불리는 인물이었다. 소문을 들은 백낙천은 어느 날 도림선사를 찾아가 몇 근이나 나가는 고승인지 시험해보았다.
"불법의 깊고 중요한 대의는 무엇입니까?(如何是佛法嫡嫡大義)"
"나쁜 일을 하지 말고 많은 선을 행하는 것입니다.(諸惡莫作 衆善奉行)"
도림선사의 대답은 '칠불통계게(七佛通誡偈)'의 앞구절이다. 불경을 몇 줄이라도 읽은 사람은 다 아는 내용이다. 새롭고 신통한 대답을 기대했던 백낙천은 '삼척동자도 아는 말'이라며 실망을 표시했다. 그러자 도림스님은 정문일침과도 같은 한마디를 던졌다.
"삼척동자도 아는 말이지만 팔순 넘은 노인도 실천하기는 어렵지요."
그는 이 한마디에 자신의 오만불손을 크게 뉘우쳤다고 한다. <전등록>4권에 나오는 얘기다.
부처님은 <법구경> 술천품에서 백 마디 말보다 실천의 중요성을 이렇게 가르쳤다.
"아무리 많은 경전을 외우더라도 뜻을 모르면 무슨 이익이 있으랴. 단 한마디의 법을 듣고 알더라도 그대로 행한다면 해탈을 얻게 되리.(雖多誦經 不解何益 解一法句 行可得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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