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경전/증일아함경

97 감각기관을 제어하는 훈련

slowdream 2009. 7. 20. 11:57

97 감각기관을 제어하는 훈련

 

 

부처님이 사위성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어느 날 부처님은 수행자들이 육근(六根=眼耳鼻舌身意)을 어떻게 제어하고 다스릴지에 대해 이렇게 말씀했다.

“차라리 날카로운 쇠송곳을 불에 달구어 눈을 지질지언정 모양을 보고 난잡한 생각(亂想)을 일으키지 말라.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면 바른 생각이 무너져 삼악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라 말라고 하는 것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송곳으로 귀를 찌를지언정 소리를 듣고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면 바른 생각이 무너져 삼악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라 말라고 하는 것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쇠사슬로 코를 얽어맬지언정 냄새를 맡고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지 말라.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면 바른 생각이 무너져 삼악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라 말라고 하는 것이다.

차라리 날카로운 칼로 혀를 자를지언정 나쁜 말과 추한 말을 하지 말라. 그런 말을 하면 바른 생각이 무너져 삼악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라 말라고 하는 것이다.

차라리 뜨거운 구리쇠판으로 그 몸을 쌀지언정 여자의 몸과 접촉하지 말라. 여자와 오가며 말하고 접촉하면 바른 생각이 무너져 삼악도에 떨어진다. 그러므로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라 말라고 하는 것이다.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있으면서 성중의 화합을 허물지 말라. 성중의 화합을 깨뜨리면 오역죄를 지어 1천의 부처님이 오셔도 마침내 구원받기 어렵다. 그러므로 차라리 잠을 잘지언정 깨어있으면서 난잡한 생각을 일으키라 말라고 하는 것이다.

수행자들이여. 그대들은 항상 육근을 잘 단속하여 실수가 없도록 하라. 그렇게 하면 수행에 큰 도움이 있을 것이다."

 

                                            -증일아함 49권 비상품(非常品) 제7경

 

 

인간으로 살아가는 한 여섯 가지 감각기관인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로 여섯 가지 감각 대상인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과 접촉하지 않기란 불가능하다. 감각기관이 대상을 접촉하면 좋다(樂) 나쁘다(苦) 무덤덤하다(不苦不樂)는 판단을 하게 된다. 이 판단은 우리가 욕심(貪)과 분노(嗔)와 어리석음(痴)을 일으키도록 촉매한다. 탐진치 삼독심이 생기면 업(業)을 짓게 되고, 업은 모든 괴로움의 근본이 된다. 이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이 윤회다.

 

불교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자 하는 종교다. 그러자면 무엇보다 모든 업의 근본이 되는 난상(亂想)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난상이란 쉽게 풀어서 말하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하는 이런저런 어지러운 판단과 분별심이다. 좋으면 좋다고 집착하고, 싫으면 싫다고 거부하는 것에서 시비가 생긴다. 그렇다면 시비와 집착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무엇인가. 다음과 같은 재미난 선화(禪話)가 힌트가 될지 모르겠다.

 

옛날 어떤 수행자 두 사람이 길을 가다가 장맛비로 다리가 떠내려간 강가에 이르렀다. 마침 예쁜 처녀가 급한 물살 때문에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본 한 수행자는 그녀를 덥석 업어서 강을 건네주었다. 한참 걸어가다가 동행하던 친구가 물었다. "여보게. 조금 전 예쁜 여자를 업어주니 기분이 어떻던가. 기분이 아삼삼하지 않던가?"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나는 강을 건넌 직후 여자를 내려놓았는데, 자네는 아직도 여기까지 업고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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