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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신자 / “명상은 비움이고, 춤은 가장 빠른 수단”

slowdream 2009. 11. 11. 04:30

ㆍ“명상은 비움이고, 춤은 가장 빠른 수단”

지난 8일 오후 서울 홍익대 주변 ‘클럽 500’. ‘즉문즉설-우리시대, 비폭력의 길을 묻다’의 마지막 강사인 춤 명상가 홍신자씨(70·웃는돌 대표)는 청중에게 “여기까지 오느라 숨차셨을텐데 숨 좀 돌리시라”며 달라이 라마가 녹음한 티베트 챈트(chant)를 틀었다.

10여분의 명상. 홍씨는 청중에게 양해를 구한 뒤 마이크를 끄고, 자기 주변 가까이 모이라고 청했다.

춤 명상가 홍신자씨

 
 

“오늘 대단한 질문, 대단한 대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일생을 살면서 누군가를 만나는 게 쉽지 않은데, 오늘은 (이런) 만남의 의미가 클 것입니다.”

홍씨는 “춤추는 사람이라 말하는 걸 싫어한다. 머리로만 하면 답답하니까 1시간가량만 질문·대답하고, 그 뒤에 몸도 풀고 놀자”고 했다. 100여명의 청중들은 “좋습니다”라고 호응하며 ‘즉문’에 들어갔다.

- 명상은 무엇인가.

“비우는 것이고, 그 비움은 자유로운 것이다. 여러 가지 관념, 쓸데없는 쓰레기들이 머리에 있기 때문에 괴롭고, 건강하지 못하다. 몸과 마음은 항상 같이 간다. 몸이 자유로우면 정신도 자유롭다. 속명은 에고(ego·자아 또는 이기주의)가 세다. ‘홍신자’를 ‘홍순자’로 부르면 화내는데, 그게 다 에고다(웃음). 안성 죽산에 사는데 자연의 이름을 따 부른다. 나는 ‘뜬구름’이다. 언제 어디에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잡을 수도 없고,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람이 되더라. 일생에 오늘 하루는 한번뿐이니 잘 살아야겠다고 다짐한다.”

- 얼마 전 농악대 음악 소리에 나도 모르게 춤춘 적이 있는데, 자유롭고 행복했다. 이런 춤의 상태가 명상과 관계 있나.

“가부좌는 명상이고, 밥 먹는 건 명상이 아니라는 건 착각이다. 일상생활의 모든 게 명상이다. 춤은 가장 빨리 명상의 세계로 가는 길일 수 있다. 완전히 자기를 열어 놓지 않으면 춤이 되지 않는다. 열릴 때 다른 세계와 만날 수 있다. 춤을 통한 가능성은 무한대다.”

- 좋은 스승은 어떻게 만나나.

“내게 스승을 어떻게 찾으라고 한 사람이 없었다. 스승을 찾겠다고 결심하고 여러 대륙을 몇 바퀴 돌아 인도로 가 라즈니쉬와 마하리지를 만났다. 절실하면 찾을 수 있다. 상식화된 지식을 전달받아 그냥 해볼까 하는 건 나태한 자세다.”

- 생명관과 평화론이 뭔가.

“행복을 위해 명상적인 삶을 살면 모두 평화로울 것이다.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건 생명에 대한 (명상적) 자세가 아닐까. 자신부터 평화로워야 한다. 자신이 평화롭지 않은데 어떻게 생명을 이야기 하나. 생명의 귀중함을 알고 내 생명을 잘 보살펴야 한다.”

- ‘나는 누구인가’라는 답을 얻었다면 무엇인가.

“하나의 물방울이 바다로, 즉 근원으로 간다. 물방울은 찰나의 순간 반짝거리다가 사라진다. 그게 ‘나’이다. 내가 찾은 것이다. 너무 허무한가(웃음).”

홍씨가 답변 도중 올해 칠순이 되었다고 하자 탄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홍씨는 “아줌마, 증조할머니라고 불러도 좋다”며 “젊을 때 들끓던 게 지금은 정화되고 육체적·정신적으로 편안해졌다”며 웃었다. 나이와 관련한 질문이 이어졌다.

- 칠순인데 성에 대한 욕구가 지금도 있는가.

“‘마흔 넘으면 여자인가’라는 분도 많을 것이다. 자유로워지고 훈련하면 죽을 때까지 성 에너지, 마인드를 가질 수 있다. 아무런 느낌 없이 마른 가지처럼 죽는 건 슬픈 일 아닌가.”

‘즉문즉설’이 끝난 뒤 홍씨와 청중은 춤을 췄다. “자유롭고 편안하게 음악에 몸을 맡기세요. 그저 몸을 원하는 대로 맡기세요.” 전위 무용의 선구자는 난해함을 털어낸 채 쉽고 가벼운 몸짓으로 청중들을 ‘춤 명상’의 세계로 이끌었다.

출처 경향신문 <글 김종목·사진 김창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