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조법연 화상이 어떤 승려에게 물었다. “천녀의 영혼이 나갔는데, 어느 쪽이 진짜인가?” 무문화상이 평했다. “이 문제에서 깨달아 진실을 알았다면, 나갔다가 다시 들어갔음을 알 것이다.”
오조법연(?~1104) 화상은 북송대에 활약한 임제종 양기파의 선사이다. 오조홍인대사가 머물던 황매산에서 후학을 지도하였기에 오조법연이라고 한다.
조주의 무자를 공부의 수행방편으로 삼아서 반드시 꿰뚫어야할 조사관으로 중시한 이가 바로 오조법연이다. 위 천녀리혼(倩女離魂)의 공안은 당대에 유행한 설화에 근거한 것이다.
당대에 형양에 왕주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장감이란 외삼촌의 딸인 천녀를 사랑하였다. 물론 천녀 역시 왕주를 연모하였다. 그런데 지방에 새로 부임한 관리가 천녀의 미모에 반하여 장감에게 청하였다. 장감은 그의 딸을 관리에게 시집을 보내기로 하였다.
이에 왕주는 매우 실망하여 마을을 떠나기로 한다. 배를 타려고 하는데 자기를 부르는 천녀의 목소리를 들었다. 결국 이 젊은 연인은 멀리 도망쳐 5년 동안 아이 둘을 낳고 행복한 생활을 보냈다. 그런데 천녀가 어느 날인가부터 이름 모를 병에 걸려서 시름시름 앓기를 시작하였다.
왕주는 고향을 방문하여 용서를 빌고 결혼의 승낙을 받기로 결심하고 장감의 집을 방문하였다. 장감은 지금까지 이야기를 왕주에게 듣고 깜작 놀랐다. 왜냐하면 자신의 딸인 천녀가 지난 5년 동안 병으로 앓고 누워 있었기 때문이다. 가족과 병든 천녀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서 마당으로 나와서 왕주와 함께 살아온 천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두 천녀는 서로 만나는 순간에 하나로 합하여졌다.
이 설화를 바탕으로 어느 쪽의 천녀가 진짜인가? 집안에서 병든 천녀인가, 아니면 왕주와 함께 한 천녀인가? 이것이 오조볍연이 묻는 질문이다.
몸은 집안에 있었고, 마음은 배를 타고 왕주와 함께 했다. 그러므로 결과적으로 어느 쪽이 진짜 천녀인가를 묻는 질문은 몸인가? 마음인가? 어느 쪽이 진짜 천녀인가를 묻는 것과 같다. 물론 몸과 마음을 설명하거나 이야기할 때는 구별이 가능하다. 몸은 물질적인 영역이고 마음은 정신의 영역이니, 이들은 서로 다른 영역으로 구분하는 것은 충분하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들은 서로 별개의 독립된 실체는 아니다. 몸이 아프면 즉각적으로 마음이 반응한다. 반대로 마음이 슬프면 몸이 무거워진다. 이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천녀의 이야기처럼 양자는 현실에서는 서로 분리되는 일은 결코 없다. 천녀이야기는 단지 이야기일 뿐이다. 동화책에 나오는 재미있는 상상의 이야기와 같다.
그래서 어느 쪽이 진짜인가를 묻는 것은 부질없다. 마치 이들은 서로 독립된 실체인양 질문하는데, 모두가 부질없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에 의미가 있다면, 상대방이 속는가 그렇지 않는가 시험할 때뿐이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몸과 마음은 서로 구분되고, 영혼이 존재하는 듯한 믿음을 갖게 한다. 논평하는 무문화상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영혼이 존재하고 그 영혼은 육체를 나왔다 들어갔다 하는 어떤 존재로 만든다. 아이구! 주인공아! 속지 말라. 속지 말라. 더 이상 속지 말라. 지난번 태풍으로 들판에 선 소나무가 뿌리 채 뽑혀서 날아갔다.
인경 스님 동방대학원대 명상치료학 교수
출처 법보신문 1063호 [2010년 09월 06일 17: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