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3법인에 대한 숙고와 이해

slowdream 2022. 5. 27. 23:36

 

붓다께서 설하신 진리는 연기緣起입니다. 2지연기에서 12지연기까지 다양하지만, 대표적인 예로 12연기를 들 수 있지요. 이는 오온五蘊의 전개 즉 고苦의 발생과 소멸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제행무상 諸行無常

제행개고 諸行皆苦

제법무아 諸法無我

 

3법인은 연기의 전개과정에서 드러나는 법들의 보편적인 실상, 성품, 속성입니다.

문제는, 제행과 제법의 이해에 있습니다. 이제까지의 속설은, 행을 형성된 유위법 有爲法으로, 무위법無爲法인 열반은 형성되지 않은 것으로 탐.진.치가 사라지고 꺼진 상태를 말합니다. 그런데, 과연 열반이 형성되지 않은 법일까요? 혹자는 열반은 형성된 법이 아니라, 증득證得된 경지라고 주장하는데, 이치에 닿지 않는 괴변에 지나지 않습니다. 증득이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기라도 하는 것일까요. 이는 유위법을 '형성된 법'으로만 이해하는 데서 비롯한 오해와 착각입니다. 유위법은 형성력, 형성작용이 있는 '형성하는 법'입니다.  무위법은 형성력과 형성작용이 없는 '형성하지 않는 법'이구요.

 

산스끄리뜨어나 빨리어 경전을 한문으로 옮기는 과정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한문을 우리말과 글로 옮기고 이해하는 데서도 심각한 오해가 발생하기 십상입니다. 물론, 요즘처럼 빨리어 경전을 직접 우리말로 옮긴다 하더라도 다르지 않겠죠. 서로 동떨어진 언어와 사유를 연결시키는 번역이라는 작업이 지닌 의미의 변형 또는 왜곡은 피할 수 없는 천형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번역작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수준이나 입장에 따라 그 해석이 천차만별로 어긋나기 마련이죠.

 

열반은 사마타와 위빠사나라는 수행을 조건으로 형성된 법이며, 더 이상 형성작용을 머금지 않아 인과에서 자유로운 경지이기에 제행무상과 제행개고의 실상에서 벗어나 있지요. 수행은 선법(7보리분법)으로 불선법(번뇌)을 뿌리뽑고 제거하고 소멸시키는 유위법의 형성작용입니다. 경전에서 비유하듯이, 작은 쐐기로 큰 쐐기를 제거하는 것이죠. 물론 선법인 작은 쐐기마저 종국에는 놓아버려야 합니다. 이렇듯 선법인 유위법의 형성작용으로 형성된 법이 무위법입니다.

또한 대승에서는 열반을 常樂我淨의 실체적 존재로 간주하기도 합니다.  중층적인 오해와 착각의 소지라고 할까요.

 

제법무아는 탐진치로 오염된 중생의 삶. 경계이든 탐진치가 소멸된 정등각자의 삶.경계이든 상주불변하는 실체가 없다는 가르침입니다. 붓다께서 당대에 큰 영향력을 미친 브라만교의 ‘자아-아뜨만’ 설을 깨부수고 무력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신 것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불자라면 다들 공감하겠죠. 인류 역사에 출몰했던 모든 종교와 불교의 대척점을 꼽자면 ‘무아’ 아니겠습니까.

 

열반을 형성된 법이 아니라 규정하면, 수행의 당위성이 설 자리를 잃습니다. 사념처, 8정도...7보리분법 이 모두가 열반으로 기울어지고 열반으로 건너가고 열반으로 들어간다 하셨는데, 이러한 수행을 조건으로 하여 형성된 법이 열반 아니면 무엇일까요.

열반의 경지는 언어로써 담아낼 수 없기에, ‘탐진치의 불꽃이 꺼짐’으로 다만 비유하였을 따름이며, 그러한 ‘꺼짐의 상태’가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의 흐름속에서 엄연히 존재할 것이라 착각해서는 안 되겠지요.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속박된 범부중생으로서 ‘열반’이 이렇니 저렇니 입에 담는 행위 자체가 크나큰 불선업을 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번뇌로 오염된 중생들의 5온의 형성작용이 항상하지 않고 변화하기에 불완전하고 불만족스럽고, 그러한 조건으로 인해 형성된 법들이 결국 ‘내 것도 아니요, 나도 아니요, 자아도 아니다’라는 실상을 늘 염두에 두고서 붓다의 가르침에 따라 사념처 수행에 매진해야 할 따름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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