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의 경
세존께서 안거에 들었을 때 심한 질병이 생겼다...질병에서 회복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정사에서 나와 뒤의 그늘에 마련된 자리에 앉으셨다.
존자 아난다가 찾아와 인사드리고 말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견디어내셔서 더없이 기쁩니다. 세존께서 병이 드셨을 때 저의 몸은 마치 마비된 것 같았고, 저는 분별을 잃게 되었고, 가르침들도 저에게 소용이 없었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렇지만 저는 ‘세존께서는 수행승들의 승단과 관련하여 어떠한 공표도 없이 궁극의 열반에 들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어느 정도 안심했습니다.”
“아난다여, 수행승의 승단이 지금 내게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아난다여, 나는 안팎의 차별을 두지 않고 가르침을 다 설했다. 아난다여, 여래의 가르침에 감추어진 스승의 주먹은 없다...아난다여, 여래에게는 ‘내가 수행승의 승단을 맡을 것이다’라거나 ‘수행승의 승단은 나의 지도 아래 있다’라는 생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니 무엇 때문에 여래가 승단과 관련하여 공표를 하겠는가?
아난다여, 나는 지금 늙고, 나이 먹고, 해가 갈수록 쇠약해지고, 노인이 되고, 만년에 이르렀다. 내 나이는 여든을 넘어서고 있다. 아난다여,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끈에 의지해서 계속 유지될 뿐이듯, 그와같이 여래의 몸도 가죽끈에 의지해서 계속 유지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아난다여, 일체의 인상에 정신을 기울이지 않고, 어떠한 느낌도 소멸함으로써, 여래가 인상을 뛰어넘는 마음의 삼매에 들면, 그러한 때에 여래의 몸은 지극히 평온해진다.
그러므로 아난다여, 그대 자신을 섬으로 삼고, 자신을 귀의처로 삼고, 다른 누구를 귀의처로 삼지 말라. 가르침을 그대의 섬으로 삼고, 가르침을 그대의 귀의처로 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말라. 아난다여, 수행승은 어떻게 자신을 자신의 섬으로 삼고, 가르침을 자신의 귀의처로 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지 않는가?
아난다여, 이세상에 수행승은
열심히 노력하고, 분명히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고,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면서, 몸에 대하여 몸을 관찰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분명히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고,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면서, 느낌에 대하여 느낌을 관찰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분명히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고,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면서, 마음에 대하여 마음을 관찰한다.
열심히 노력하고, 분명히 알아차리고, 새김을 확립하고,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면서, 사실에 대하여 사실을 관찰한다.
*번역 출처 전재성 박사 <오늘 부처님께 묻는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