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10가지 인지, 판단

slowdream 2023. 4. 23. 14:18

10가지 판단

 

 

붓다께서는 10가지 유념해야 할 인지작용(想, sanna)을 말씀하셨습니다. 인식의 토대는 인지입니다. 인지에 따라서 외부 정보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정치적 파벌인 보수와 진보의 견해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까닭도 인지에서 비롯합니다. 혹은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견해가 같다 해도 그 안에서 거칠거나 미세하게 견해가 나뉩니다. 이 또한 개개인의 인지의 구조, 성분이 달라서입니다. 인식(입력)-> 마음-> 행위(출력) 과정을 고려하면, 인지는 ‘판단’작용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감각기관인 6내입처가 외부 대상인 6외입처를 인식한 결과, 감성(受)과 인지(想)가 형성됩니다. 감성은 인지와 함께 마음(心) 또는 심리를 형성합니다. 감성 즉 느낌은 생명체의 고유한 생명활동입니다. 느낌으로써 자기존속 또는 확대가 가능해집니다. 즐거운 느낌을 주는 대상은 수용하고, 괴로운 느낌을 주는 대상은 피함으로써 자기라는 개체의 존속유지를 꾀하려는 것이죠. 하지만 이러한 느낌조차도 인지의 영향에 의해서 왜곡되고 변질될 수 있습니다. 맛있다고 해서 마냥 음식을 섭취하면 비만 나아가 생명에 위협을 받습니다. 약이 지나치면 때로는 독이 될 수도 있음을 모르는 인지의 문제입니다. 좋아한다고 해서 상대의 동의 없이 일방적인 구애를 펼치면 서로에게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내가 좋다고 해서 남도 좋을 것이라는 인지의 왜곡입니다. 부모자식간에도 이러한 일은 빈번하게 벌어집니다.

 

대체로 인간은 자기 생각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세상의 중심이자 잣대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이제껏 자신이 꾸려온 소박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한 취약한 것에 지나지 않는데도 말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은 전도되고 왜곡된 이 인지를 바로 세우고 자리잡게 합니다. 전도되고 왜곡된 인지가 바로 번뇌이고, 바로 세워지고 자리잡은 인지가 지혜입니다.

 

초기불교문헌에서 자주 보이는 용어가 ‘여리작의 如理作意’ ‘여실지견 如實知見’입니다. ‘여리작의’는 실체적 사유가 아닌 연기적 사유를 뜻하고, 그러한 사유를 거듭함으로써 마침내 ‘있는 그대로를 알고 봄’인 ‘여실지견’의 지혜에 이르게 됩니다. 실체적 사유가 바로 왜곡된 인지를, 연기적 사유가 왜곡되지 않은 인지를 바탕으로 하는 사유입니다.

 

가치관, 세계관의 정립이란 인지와 매우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습니다. 외부사물과 사건, 그러한 객관적 대상을 인식하는 주관인 나. 주관과 객관이 어떻게 작용하고 전개하는지 정확히 알아야만 합니다. 진리인 연기법을 만나고 이해하고 체득하여야 비로소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알게 됨’에 이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제법의 성품이 ‘무상, 고, 무아’라는 진실에 이르며, 고를 소멸하고 궁극적인 가치인 락(이고득락 離苦得樂)을 성취하기 위해서 선업(계정혜, 8정도)을 선택해야만 하는 당위성에 이르게 됩니다.

 

붓다께서 말씀하신 10가지 인지, 판단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이는 일상생활 가운데 항상 유념(sati)해야 할 매우 중요한 판단입니다.

 

무상, 고, 무아, 부정,

염오, 이탐, 소멸,

죽음에 대해 생각함, 음식의 적당한 양을 생각함, 세상(3계 5도. 중생계) 그 어디에도 의지할 곳이 없음을 생각함.

 

이중 무상, 고, 무아, 부정은 4법인이며 염오, 이탐, 소멸은 수행방법론입니다. 죽음과 음식, 세상에 대한 혐오는 구체적이며 일상적인 삶의 현장에서 항상 인지해야 할 덕목이랄 수 있습니다. 부정, 염오, 혐오는 같은 맥락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그렇다면, 무상.무아는 이치적인 깨달음이며 고와 부정, 염오, 이탐은 가치적인 깨달음, 이탐과 소멸은 수행방법론이라고 이해하면 되겠지요. 이탐과 소멸을 통해서 이치적인 깨달음과 가치적인 깨달음이 마침내 심화하고 체화하여 마침내 해탈의 경지에 이르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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