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9장. 천하는 신령한 기물>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 故物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挫或隳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
천하를 얻겠다며 나서는 사람들은 결코 얻지 못한다. 천하는 신령한 기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하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실패하고, 손에 넣고자 하는 사람은 잃을 것이다. 만물은 앞서 나가기도 하고 뒤따르기도 하며, 숨을 천천히 내쉬기도 하고 빨리 불기도 하며, 강하기도 하고 약하기도 하며, 꺾이기도 하며 무너지기도 한다. 따라서 성인은 지나침, 사치, 교만을 멀리한다.
將欲取天下而爲之 吾見其不得已 天下神器 不可爲也 爲者敗之 執者失之(장욕취천하이위지 오견기부득이 천하신기 불가위야 위자패지 집자실지)
천하 즉 자연은 신령한 기물이라서 인간이 어찌 해보겠다고 덤벼서는 큰 낭패를 보기 마련이다. 道를 섬기는 무위만이 자연을 얻는다는 것이다. 이는 자연과의 거리를 좁히고 하나됨, 자연과 호흡을 같이하는 일을 뜻한다. 노자의 가르침이 엉뚱하게 양생술(養生術)이나 신선술(神仙術)로 둔갑하기도 하는데, 민간신앙으로 변질된 도교(道敎)가 그 좋은 예이다. 도교의 한 가르침에 따르면, 봄에는 아침노을을 먹고 여름에는 정오의 태양 정기를 먹고, 가을에는 저녁 노을을 먹고 겨울에는 북방의 차가운 밤기운을 먹는다. 또한 남자는 해의 모습을 먹고 여자는 달의 모습을 먹어서 하루라도 쉬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총명해져서 오장육부에서 꽃이 핀다고 한다. 실제로 이러한 가르침에 따라서 수행하는 사람이 없지 않다. 성인의 가르침이 속화, 희화화한 좋은 예이다.
故物或行或隨 或歔或吹 或强或羸 或挫或隳 是以聖人去甚 去奢 去泰(고물혹행혹수 혹허혹취 혹강혹리 혹좌혹휴 시이성인거심 거사 거태)
앞서고 뒤따르고, 숨쉬고, 강하고 여리고 등 만물을 의인화한 의도는 분명하다. 세상 만물이 모두 道의 자식이며, 인간 또한 만물의 하나이므로, 인간과 만물은 평등하다는 것이다. 세상만물은 참으로 다양하고 나름대로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기에 인간의 천박한 이해에 따라서 분류되고 활용될 수 없는 그런 대상인 것이다. 한마디로, 인위적인 극단을 피하고 순리를 따르라는 가르침이다. 나무나 돌로 조각을 할 때도, 그 조각마다 제각기 고유한 특성과 결이 있는데, 그것을 무시하고서는 절대로 아름다운 결과를 얻지 못한다. 물론 노자의 입장에서는 자연 그 자체가 위대한 예술이므로, 이런 짓 자체가 유위라며 무시하겠지만. 성인은 道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으므로, 극단적이고 지나친 유위를 행하지 않고 오만하거나 뽐내지 않는다. 道 앞에서는 누구나 겸손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회남자(淮南子)>의 가르침은 자신을 세상의 중심ㆍ잣대로 여기며 거침없이 행동하는 사람에게 참으로 절실하겠다.
“물이 비록 평평하다 해도 반드시 물결이 있고, 저울이 비록 바르다 해도 반드시 차이가 있으며, 자[尺]가 비록 가지런하다고 해도 반드시 다름이 있다.”
<주역 계사전>에서도 무위를 엿볼 수 있다.
“易이 천지와 더불어 기준을 하는 까닭에 능히 천지의 道를 씨줄과 날줄로 엮어 하나도 빠뜨림이 없다. 그러므로 易을 따르면 천지와 같아 조금도 어긋남이 없나니, 만물을 익히 알고 道로써 천하를 다스린다. 그런 까닭에 지나치지 않으며, 삿된 길로는 흐르지 않고, 하늘의 뜻을 알아 즐거이 믿고 따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근심치 아니하고, 어짊을 돈독하게 하여 능히 사랑한다.”
‘하늘의 뜻을 알아 즐거이 믿고 따른다(樂天知命)’는 구절이 바로 무위 자체이다.
공자의 안빈낙도(安貧樂道) 또한 무위의 실천에 다름 아니겠다.
“나물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누웠으되 즐거움이 그 안에 있으니 불의로 얻은 부귀는 내게 뜬구름만 같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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