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六祖壇經)은 선종사에 있어서 으뜸 가는 법문집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蕭湛을 불법과 인연 맺게 해준 말씀이기도 합니다. 그런 까닭에 언제고 기회가 되면 우리 말로 손수 옮겨봐야겠다는 생각을 품기까지 했습니다. 이제 그 인연이 주어진 듯싶어 기쁜 마음 가눌 길이 없습니다. 다시금 옛조사의 준엄한 말씀을 더디더라도 한 자 한 자 가슴 깊이 각인하렵니다. 이미 성철 스님께서 정성스레 옮기고 해설한 <돈황본(敦煌本) 육조단경>에서 원문을 차용하겠습니다. 스님께서 편의적으로 구분지어 놓은 단락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소갯글 또한 성철 스님의 말씀을 옮깁니다. 그러한 즉, 소담은 본문만을 나름대로 옮기는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의 작업임을 다시금 밝힙니다. 관심이 큰 도반께서는 성철 스님이 옮기고 해설한 <돈황본 육조단경>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이 자리를 빌어 육조 혜능선사와 성철 스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며, 어른들의 뜻이 사람과 하늘에 가득 미치기를 바랍니다.
소갯글
조계육조(曹溪六祖) 이후 선(禪)은 천하를 풍미하여 당.송.원.명 시대에 불교가 꽃을 피우게 한 핵심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오랜 세월이 흐름에 따라 육조 본연의 종지가 많이 변하여 육조의 정통사상을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다.
대저 육조의 종지는 육조가 항상 주창한 “오직 돈법만을 전한다(唯傳頓法)”고 하는 것으로서, 점문(漸門)은 일체 용납치 않는 것이다. 그러나 중간에 교가(敎家)의 점수사상(漸修思想)이 혼입되어 선문(禪門)이 교가화됨으로써, 순수선은 없는 실정이다.
<단경>은 육조의 법문을 전한 유일한 자료이나, 그 유통과정에서 첨삭이 많아 학자들을 곤혹케 하였다. 다행히도 최고본(最古本)인 <돈황본단경>은 천여 년 동안 석굴에 비장되어 뒷사람들의 첨삭을 면할 수 있었으므로, 육조의 성의(聖意)를 잘 전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 가운데서 오락(誤落)된 부분은 각 유통분을 참조하여 엄정교정하고 사의(私意)는 개입시키지 않았으며, 토를 달고 번역을 하였다. 그리고 약해를 붙여서 성의 파악에 도움이 될까 생각하니, 권두의 지침과 함께 읽기 바란다.
<단경>은 육조의 법손인 동토(東土) 선종의 근본이 되는 성전(聖典)이다. <단경>은 전래되는 과정에서 다른 본이 많이 나와 학자들을 곤혹케 하였으나, 돈황고본이 발견되어 천고의의심이 해결되었다고들 말한다.
그리하여 근래 일본의 구마자와 대학 선종사연구회에서는 그중 기본이 되는 다섯 본을 서로 대조하여 <혜능연구(慧能硏究)>라는 책을 발간함으로써 단경 연구에 공헌하였다.
다섯 본은 돈황본, 대승사본(大乘寺本), 흥성사본(興聖寺本), 덕이본(德異本), 종보본(宗寶本)이다. 또한 열두 종류의 다른 판(版)들을 영인 수록한 <육조단경제본집성(六祖檀經諸本集成)>도 좋은 자료이다. 이에 가장 오래된 돈황본을 중심으로네 본을 서로 대조하고 다른 여러 본을 참고하여 <단경지침>을 작성하여 보았다.
돈황본은 베껴쓸 때 부주의하여 글자를 잘못 쓰거나 빠뜨린 것이 많으나, 다른 본들을 참조하면 성의를 파악하는 데 별로 지장이 없다. 각 본의 자구(字句) 차이는 대강의 뜻만 취하고 하나하나 지적하지 않았으니 향해하기 바란다.
<단경>의 근본사상은 식심견성(識心見性 마음을 알아 성품을 봄)이요, 식심견성은 법신불(法身佛)인 내외명철(內外明徹 안팎이 사무쳐 밝음)이어서 견성이 곧 성불이므로, 깨달은 뒤에는 부처님을 행을 수행한다(懊後修行佛行)고 분명히 하였다. 뒷날 교가의 점수사상이 섞여 들어와 오후점수론(悟後漸修論 깨친 뒤 점차로 닦는다는 이론)이 성행하나, 이는 <단경>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나, 육조대사의 법손인 선가(禪家)는 <단경>으로 되돌아와 육조대사 본연의 종풍을 떨치기 바란다.
불기 이천오백삼십일년 가을
가야산 해인사 퇴설당에서
퇴옹 성철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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