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선불교/백장록(百丈錄)

백장광록 4.

slowdream 2007. 9. 11. 13:44
 

6. 

어느 날, 운력을 하는데 어떤 스님이 갑자기 북소리를 듣자 소리 높여 웃으면서 절로 돌아오니, 스님께서 말했다.

"장하다. 이것이 관음이 진리에 드는 문(門)이로다."


그리고는 다시 그 스님에게 물었다.

"아까는 무슨 도리를 보았기에 그렇게 크게 웃었는가?"

"제가 아까 북소리가 나는 것을 듣자 돌아와서 밥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크게 웃었습니다."

스님께서 그만 두었다.


이에 장경(長慶)스님이 대신 말했다.

"역시 재(齋)로 인하여 경하하고 찬탄(慶讚)하는 것이로다."



7. 


또 물었다.

"바다에서 물거품 하나가 일어나듯 허공이 대각(大覺)에서 생겼다 하였는데, 무슨 뜻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허공은 물거품에, 바다는 자성(自性)에 비유된 것이다.

신령하게 깨닫는 자기 본성은 허공을 능가하므로 '바다에서 물거품 하나가 일어나듯 대각에서 허공이 나왔다' 고 한 것이다."



8. 


또 물었다.

"'숲은 베어도 나무는 베지 말라' 하였는데 무슨 말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숲은 마음에 나무는 몸에 비유된 것인데, 숲으로 설명해야 두려운 마음이 생기므로 '숲은 베어도 나무는 베지 말라' 고 한 것이다."



9. 


또 물었다.

"'말을 하면 표적이 되어 화살을 부른다' 하니, 말을 하여 표적이 되고 나면 근심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근심에 매인 점이 똑같다면 무엇으로 승속을 구별하겠습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화살을 쏘아 도중에 딱 부딪치듯 해야만 한다. 만일 어긋난다면 반드시 다치는 것이 있을 것이다.

골짜기에서 메아리를 찾는다면 여러 겁 동안 찾아도 그 모습을 볼 수 없으니 메아리는 입가에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잘잘못은 찾아와서 묻는데에 있다. 귀결점을 묻는다면 도리어 화살을 맞을 것이니, 역시 '허깨비인 줄 알면 허깨비가 아니다' 한 말씀과 같다.

삼조(三租)께서 말씀하시기를, '현묘한 종지를 모르고 망념을 가라앉히느라 헛수고하는구나' 하셨다. 또 '보이는 것(物) 보는 것(見)이라 오인한다면 마치 기와 부스러기를 가진 것과 같으니 무엇에 쓰겟으며, 보는 것이 아니라 한다면 목석과 무엇이 다르랴' 하고 하셨다.

그러므로 보는 것이다 아니다 하면 둘 다 잘못이니, 이 한가지 예로 모든 것을 견주어 보라."



10. 


또 물었다.

"번뇌와 32상이 본래 없다는데, 어떻습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이는 부처님 쪽의 일이다. 본래 번뇌가 있었다거나 지금 32상이 있다는 것은 범부의 생각일 뿐이다."



11. 


또 물었다.

"끝없는 몸을 가진 보살(無邊身菩薩)이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한다 하니 어째서입니까?"


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끝이 있다 없다는 견해를 냈기 때문에 여래의 정수리를 보지 못하였던 것이다.

이제 있다 없다 등의 모든 견해가 전혀 없고 그 견해 없음마저도 없다면 이것을 '정수리가 나타난다' 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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