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작용할 뿐
산승이 사람들에게 지시하고 가르치는 것은 다만 그대들이 다른 사람의 미혹을 받지 않는 것이다(不受人惑). 작용하게 되면 곧 작용할 뿐이다(要用便用). 더 이상 머뭇거리거나 의심하지 말라.
일 없는 사람
산승의 견해에 의지한다면 그대들도 석가와 더불어 다름이 없다. 오늘 여러 가지로 작용하는 곳에 모자라는 것이 무엇인가? 여섯 갈래(안이비설신의)의 신령스런 빛이 잠시도 쉰 적이 없다. 만약 이와같이 이해한다면 다만 한평생 일 없는 사람일 뿐이다[一生無事人].
마음은 형상이 없다
마음의 작용은 형상이 없어서 시방세계를 관통하고 있다. 눈에 있을 때는 보고, 귀에 있을 때는 듣고, 코에 있을 때는 냄새를 맡고, 입에 있을 때는 말을 하며, 손에 있을 때는 잡고, 발에 있을 때는 걸어다닌다. 본래 이 하나의 정밀하고 밝은 것[一精明. 日深]이 나누어서 우리 몸의 여섯가지 부분과 화합하였을 뿐이다. 한마음마저 없는 줄 알면 어디서든지 해탈이다.
산승의 이와같은 이야기들은 그 뜻이 어디에 있는가. 다만 도를 배우는 사람들이 일체치구심(一切馳求心)을 쉬지 못하고 저 옛사람들의 부질없는 동작과 언어와 가리키는 것들[機境]을 숭상하고 매달리기 때문이다.
◎ 機境이라는 말은 선가에서 자주 쓰는 말이다. 기는 안에서 일어나는 것이다. 어떤 사실을 보고 듣고 겪으면서 일어나는 마음의 작용이다. 사실이나 경지가 인격화, 또는 체화된 것이다. 경은 밖에 있는 것이다. 보여주고 들려주고 경험하게 해주는 어떤 사실이다. 예컨대 세존이 꽃을 든 것은 경이다. 그리고 가섭이 미소한 것은 기다. 또 멀리 연기가 일어나는 것은 경이다. 연기를 보고 불이 있는 줄을 아는 것은 기다. 불자를 들거나 방을 쓰거나 할을 하거나 선문답을 던지거나 하는 따위는 모두 경이다. 그런 사실에 따라 반응하는 것, 상대의 마음의 작용에 따라 표현하고 답하는 것은 모두 기다. 모든 선문답은 흔히 일기일경, 일언일구들도 이루어져 있다.
출처 : <임제록 강설>(무비스님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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