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지혜와 어리석음

slowdream 2008. 10. 12. 15:47

 

지혜로운 이여,

지혜에 갇혀 앵무새처럼 읊조리느니

차라리 고단한 길손에게 잠깐의 안식을 주는

천 년을 침묵한 저 바위가 될 것이며,

차라리 길 잃은 나그네의 땀을 식혀주는

백 년을 그늘내린 저 나무가 되리라.

 

어리석은 이여,

사방이 꽉 막힌 깜깜한 칠통 속에서 무엇을 더듬는 것인가.

한 등불이 천 년의 어둠을 밝히고

한 지혜가 만 년의 어리석음을 깨뜨리나니,

어리석음이 건네는 안식은 진정한 안식이 아니니

두려워 말고 지혜로의 첫걸음을 내딛으라.

 

지혜는 물과 같다.

그리하여 옛 성인이 <주역(周易)>에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하지 않았던가.

자연의 이법, 진리를 좇는 행위야말로 더없이 옳고 착한 것이니.

 

물은 몸을 낮추며 낮은 곳으로 끊임없이 흐르고,

만물의 젖줄이나 끝내 그 공을 다투지 않고,

그침이 있다 해도 말없이 다시 흐르기를 끝내 인내한다.

 

또한 작은 물과 큰 물은 한몸이 되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또한 큰 바다가 여러 강으로 흘러나가듯, 여러 몸으로 나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샘에 고여 있든, 강에서 출렁거리든, 그릇에 담겨 있든 자신의 모습을 잃지 않는다.

 

지혜는 물과 같으니,

다만, 그 물에 빠지지 않기를.

어리석음은 불과 같으니,

다만, 그 불에 활활 타버려 한줌 재로 남지 않기를.

 

 

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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