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염화실의 향기

유마 김일수 / 불상불단(不常不斷)

slowdream 2008. 10. 28. 04:11

불상불단(不常不斷)이란

 

 

‘불상’은, 모든 영원함에 대한 소망의 창살을 부수는 날선 검과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영생복락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불륜의 사랑에서 오는,

모든 사변적 괴로움에서 벗어나기를 마치 나그네가 남의 집을 홀연히 떠나듯이 가볍게 벗어난다.

 

영원한 것이 있다면 태초가 그대로 영원해야 하고,

만일 중간이 영원하다면 중세가 아직 그대로여야 하며,

만일 나중이 영원하다면 처음과 중간이 없어야 한다.

그렇다고 한다면 한번 태어난다면 소년이 되어서는 안 되고,

한번 소년이 되어서는 어른이 되어서는 안 되고,

한번 병들면 나아서도 안 되고,

한번 죽으면 (천국이고 뭐고) 다시 태어나서는 안 된다. 이는 이치에 어긋나는 주장이다.

 

‘부단’은 영원한 것이 아니라면 순간뿐이라는 소견을 묶는 포승줄이니,

순간뿐이라면 어느 순간을 들어 진정한 순간이라 해야 하느냐?

태어날 때의 순간이냐? 한 살 때의 순간이냐? 열 살 때의 순간이냐? 아니면 죽을 때의 순간이냐?

만일 태어날 때의 순간이 진정한 것이라면,

한 살 때와 열 살 때와 죽을 때의 순간들은 없어야 하는데, 과연 그 순간들이 네게 없는지를 보아라.

그러므로 부단이니, 이는 날은 저물고 비는 내리는데, 끊어진 다리 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괴로움에서,

마치 날쌘 검객이 징검다리를 건너듯이 훌쩍 벗어나는 것이다.

 

 

유마 김일수 / '유마와 수자타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