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부처님의 깨달음(2)
무엇이 있기 때문에
연기의 공식을 말할 때 먼저 생각나는 경*(남전 상응부경전(12.10),大釋迦牟尼瞿曇.한역잡아함경(12.3) 佛縳) 이 있다. 그 전문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나는 이렇게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이 사밧티(舍衛城)의 제다 숲 아나타핀디카(Anathapindika; 給孤獨) 동산에 계실 때였다. 그때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내가 아직 정각을 성취하지 못한 보살이었을 때 일편단심 이렇게 생각했다. ‘진실로 이 세상은 고통 속에 있다.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고 늙고 죽은 고통에서 벗어 날 수 없다. 도대체 언제라야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고, 늙고 죽는 일에서 벗어나는 길을 깨달을 수 있겠는가.’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무엇이 있기 때문에 늙고 죽음이 있는 것일까. 무엇에 연고해서 노사가 있는 것일까.’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올바른 사유와 지혜로써 이렇게 그 문제를 풀수 있었다.
‘태어남이 있기 때문에 늙고 죽음이 있는 것이다. 태어남을 인연해서 노사가 있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했던 것이다.
‘무엇이 있음으로서 태어남이 있는 것일까. 무엇에 의해서 태어남이 있는 것일까.’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또 올바른 사유와 지혜로써 이렇게 그 문제를 풀 수 있었다.
‘유(有)가 있으므로 생(生)이 있는 것이다. 유(有)에 의해서 노사(老死)가 있는 것이다.’(이하 有. 取. 愛. 觸. 六處. 名色. 識 . 行에 대한 추구와 이해가 계속된다).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또 올바른 사유와 지혜로써 이렇게 그 문제를 풀 수 있었다.
‘무명(無明)이 있으므로 행(行)이 있는 것이다....비구들이여, 무명에 의해서 행이 있다. 행에 의해서 식(識)이 있다. 식에 의해서 명색(名色)이 있다. 명색에 의해서 육처(六處)가 있다. 육처에 의해서 촉(觸)이 있다. 촉에 의해서 수(受)가 있다. 수에 의해서 애(愛)가 있다. 애에 의해서 취(取)가 있다. 취에 의해서 유(有)가 있다. 유에 의해서 생(生)이 있다. 생에 의해서 노사(老死)가 있고 수(愁) ? 비(悲) ? 고(苦) ? 우(憂) ? 뇌(惱)가 생기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고통의 집적(集積)을 생기게 하는 까닭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에 인연해서 생기는 것’이라고 아직 들어보지 못한 진리에 의해 나는 눈을 떴고 지(智)가 생겼고 혜(慧)가 생겨 깨달음을 얻고 광명을 얻을 수가 있었다.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또 이렇게 생각했다.
‘무엇이 없으면 노사가 없겠는가. 무엇이 사리지면(멸하면) 노사가 사라질 수 있겠는가.’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또 올바른 사유와 지혜로써 그 문제를 이렇게 풀 수가 있었다.
‘태어남이 없다면 늙고 죽는 일이 없을 것이다. 생을 사라지게 함으로써 노사를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무엇이 없으면 생이 없는 것일까, 무엇을 사라지게 하면 생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까.’
비구들이여, 그때 나는 또 올바른 사유와 지혜로써 이렇게 그 문제를 풀 수가 이었다.
‘유가 없으면 생은 없는 것이다. 유를 사라지게 하면 생을 사라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무명이 사라짐에 의해서 행이 사라진다. 행이 사라짐에 의해서 식이 사라진다. 식이 사라짐에 의해서 명색이 사라진다. 명색이 사라짐에 의해서 육처가 사라진다. 육처가 사라짐에 의해서 촉이 사라진다. 촉이 사라짐에 의해서 수가 사라진다. 수가 사라짐에 의해서 애가 사라진다. 애가 사라짐에 의해서 취가 사라진다. 취가 사라짐에 의해서유가 사라진다. 유가 사라짐에 의해서 생이 사라진다. 생이 사리짐에 의해서 노사가 사라지고 수 ? 비 ? 우 ? 뇌가 사라진다. 이것이 모든 고통의 집적을 사라지게 하는 까닭이다.
비구들이여, ‘이것에 의해 사라지는 것’ 이라고 아직 들어보지 못한 진리에 의해 나는 눈을 떴고 지가 생겼고 혜가 생겨 깨달음을 얻고 광명을 얻을 수 가 있었다.…“
이 설법은 정각을 얻은 훨씬 뒤에 한 것으로 우리는 부처님이 보리수 아래서 어떤 사색을 했는지 그 흔적을 역력하게 살필 수 있다. 그때 부처님이 제일 먼저 생각했던 문제는 역시 고통의 문제였다. ‘무엇이 있기 때문에 노사(老死)가 있는 것일까. 무엇 때문에 노사가 있는 것일까.’ 이 의문은 이미 앞에서 말했던 연기의 공식 앞부분을 연상케 한다. 즉 ‘이것이 있으므로 이것이 있다. 이것이 생기면 이것이 생긴다’라는 공식을 의문의 형태로 자문(自問)한 것이다.
이어 뒷부분에서는 ‘무엇이 없으면 노사가 없을까. 무엇이 사라지면 노사가 사라질까’라고 자문한다. 이 의문도 또한 말할 것도 없이 앞서 말한 연기의 공식 뒷부분을 연상케 한다. 즉 ‘이것이 없으면 이것이 없다. 이것이 사라지면 이것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이것은 의문의 형태로 자문한 것에 대한 자답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보리수 아래 정좌하여 깨달음을 얻은 부처님이 그 깨달음의 내용을 확립함에 있어 대충 어떤 과정과 단계를 거쳐 12지연기(十二支緣起)로까지 정리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 첫 번째 단계는 보리수 아래에 정좌한 채 오로지 깨달음(正覺)의 기쁨을 맛보고 있었던 기간이다. ‘그때 부처님은 한 번 결가부좌한 그대로 7일 동안 해탈의 기쁨을 누리면서 앉아 있었다’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 두 번째 단계는 이른바 연기의 공식이 정리되었던 기간이다. ‘이것이 있으면 이것이 있고, 이것이 생기면 이것이 생긴다’라는 앞부분의 명제와 ‘이것이 없으면 이것이 없고, 이것이 사라지면 이것이 사라진다’라는 뒷부분의 명제가 성립되는 시기다.
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이런 연기의 공식을 활용해서 고통의 생기(生起)와 멸진(滅盡)을 사색함으로써 이윽고 12지의 연기 계열이 형성되었던 기간이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한 12지연기가 단숨에 성립된 것이냐에 대해서는 아직 약간의 의문이 남아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한 번 살펴보기로 한다.
연기의 계열
앞서 인용한 경문에서는 부처님이 깨달은 뒤 생각하고 정리한 것이 12지연기인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그러나 아함부의 여러 경전들은 12지연기 외에도 많은 계열의 연기설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1) 10지연기(十支緣起) : 상응부경전 12 ∙ 65 성읍(한역 잡아함경 12 ∙ 5 城邑)에는 노사(老死) ∙ 생(生 ) ∙ 유(有) ∙ 취(取) ∙ 애(愛) ∙ 수(受) ∙ 촉(觸) ∙ 육처(六處) ∙ 명색(名色) ∙ 식(識) 등 10지의 연기가 거론되고 있다.
2) 6지연기(六支緣起) : 상응부경전 12 ∙ 52 취(한역 잡아함경 12 ∙ 4 取) 등에는 무지(無知) ∙ 애(愛 ) ∙ 취(取) ∙ 유(有) ∙ 생(生) ∙ 노사(老死) 등 6지의 연기가 거론되고 있다.
3)4지연기(四支緣起) : 상응부경전 12 ∙ 66 촉법(한역잡아함경 12 ∙ 9 觸法) 등에는 무지(無知) ∙ 애(愛) ∙ 취(取) ∙ 노사(老死) 등 4지의 연기가 거론되고 있다.
4) 3지연기(三支緣起) : 상응부경전 22 ∙ 7 취착공구(한역 잡아함경 2 ∙ 11 取着) 등에는 무지(無知) ∙ 취(取) ∙ 고(苦 ) 의 3가지 연기가 거론되고 있다.
이 자료를 통해 본다면 처음부터 12지와 같은 복잡한 형태의 연기론이 확립되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오리려 보다 간단한 형태, 즉 무지 ∙ 취 ∙ 고의 3지연기에서 점차 복잡한 12지연기로 발전해 갔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이 불교학자들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로는 그 원형이 어떤 것인지, 또 발전의 경로가 어떠했는지는 명확하게 규명되어있지 않고 있다.
연기의 각지 해설
어쨌거나 이후의 오랜 역사 속에서 12지연기가 이룩해 온 사상적 역할은 매우 컸다. 따라서 연기의 각지(各支)에 대해서는 보다 분명한 이해가 필요하다. 다행히 이와 관련해 부처님은 그 하나하나에 대해 분석하고 해설하는 설법을 하고 있다. 우선 그것을 옮겨 적어보기로 한다.* (남전 상응부경전(12ㆍ2) 分別. 한역 잡아함경(12ㆍ16) 法說義說)
나는 이렇게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은 사밧티(舍衞城)의 제타 숲(祇陀林) 아나타핀디카(給孤獨) 동산에 계셨다. 그때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지금 너희들에게 연기를 분석하여 말하고자 한다. 그대들은 잘 듣고 생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스승이시여, 잘 알았습니다.”
제자들의 대답을 들은 부처님은 연기의 각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비구들이여, 연기란 무엇이겠느냐. 비구들이여, 무명에 의해 행(行)이있다. 행에 식(識)이 있다. 식에 의해 명색(名色)이 있다. 명색에 의해 육처(六處)가 있다. 육처에 의해 수(受)가 있다. 수에 의해 애(愛)가 있다. 애에 의해 취(取)가 있다. 취에 의해 유(有)가 있다. 유에 의해 생(生)이 있다. 생에 의해 노사(老死)가 있다. 노사에 의해 수(愁)ㆍ비(悲)ㆍ고(苦)ㆍ우(憂)ㆍ뇌(惱)가 있다. 이러한 것이 괴로움의 집적을 생기게 하는 것이다.
그러면 비구들이여, 노사란 무엇이겠는가. 태어나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늙고 쇠약하여 일그러지고 백발이 되며, 주름이 잡히고 이빨이 빠지며 모든 감각기관이 쇠진해진다. 이것을 늙음(老)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한 태어난 모든 것은 생명이 끝나고 숨이 끊기고 육신이 파괴되어 마침내 죽어서 시체가 되어 벼려진다. 이것을 사(死)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생이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태어나 살고 잇는 모든 것에 신체 각 부위가 나타나고 손발이 생긴다. 이것을 생이라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유(有;존재)란 무엇이겠는가. 존재에는 세 가지가 있다. 욕계(欲界) 즉 욕망세계에서의 존재와 색계(色界) 즉 물질세계에서의 존재와 무색계(無色界) 즉 추상세계에서의 존재다. 이것을 유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취착(取着)이란 무엇이겠는가. 취착에는 네 가지가 있다. 욕심에 대한 취착, 소견(所見)에 대한 취착, 계(戒)에 대한 취착, 아(俄)에 대한 취착이 그것이다. 이것을 취착이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애(愛;갈애)란 무엇이겠는가. 갈애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물질(色)에 대한 갈애, 소리(聲)에 대한 갈애, 향기(香)에 대한 갈애, 맛(味)에 대한 갈애, 감촉(觸)에 대한 갈애, 법(法)에 대한 갈애가 그것이다. 이것을 애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수(受;감각)란 무엇이겠는가. 감각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눈(眼)이 무엇을 접촉함으로써 생기는 감각, 몸(身)이 무엇을 접촉함으로써 생기는 감각, 그리고 뜻(意)이 무엇을 접촉함으로써 생기는 감각이 그것이다. 이를 수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촉(觸;접촉)이란 무엇이겠는가. 촉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눈에 의한 접촉, 귀에 의한 접촉이 그것이다. 이것을 촉이라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육처(六處;六根 六境으로 된 인식)란 무엇이겠는가. 눈의 인식과 귀의인식과 코의 인식과 혀의 인식과 몸의 인식과 뜻의 인식이 그것이다. 이것을 육처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식(識;식별하는 작용)이란 무엇이겠는가. 식에는 여섯 가지가 있다. 안식(眼識)ㆍ이식(耳識)ㆍ비식(鼻識)ㆍ설식(舌識)ㆍ신식(身識)ㆍ의식(意識)이 그것이다. 이것을 식이라고 한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행(行;의지의 동작)이란 무엇이겠는가. 행에는 세 가지가 있다. 몸(身)으로 하는 행, 입(口)으로 하는 행, 뜻(意)으로 하는 행이 그것이다. 이것을 행이라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면 무명(無明,無智)이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고(苦)에 대한 무지, 고의 발생(원인)에 대한 무지, 고의 멸진(滅盡)에 대한 무지, 고의 멸진에 이르는 방법(道)에 대한 무지다. 이것을 무명이라고 하는 것이다. 비구들이여, 이렇게 무명에 의해 행이 잇다. 행에 의해 식이 있다.… 이것이 모든 괴로움(苦)을 집적시키는 원인이다. 비구들이여, 그러므로 무명을 남김없이 소멸시킴으로써 식이 소멸하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고의 집적이 소멸하는 것이다.“
이상이 부처님 그분에 의해 이루어진 12지연기 각지에 대한 해설이다.
출처 홍사성의 불교사랑 http://cafe.daum.net/hongsasung
'***초기경전 > 근본불교 강좌' 카테고리의 다른 글
2-2 정각자의 고독(2) (0) | 2009.06.22 |
---|---|
2-2.정각자의 고독(1) (0) | 2009.06.22 |
2-1.부처님의 깨달음(1) (0) | 2009.06.15 |
1-3 '근본불교'라는 용어 (0) | 2009.06.15 |
1-2 경전의 문헌비판 (0) | 2009.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