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에 이런 구절이 있다. “저 국토 가운데 있는 중생의 여러 가지 마음을 여래가 다 아나니 어찌한 연고 인고? 여래의 말한 마음이 다 마음이 아닐 새 이것을 마음이라 이름하나니라.” 어떻게 그 많은 중생의 마음을 다 알 수 있을까?
정확한 예측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아인슈타인은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어떤 물리계를 대상으로 물리량을 측정하여 질량 전기량 등의 값을 얻었다면 이 값을 주는 물리적 실재가 있기 때문에 이런 값을 얻은 것이다”라는 것이 아인슈타인의 생각이었다. 아인슈타인은 수학자 포돌스키(Podolsky), 물리학자 로젠(Rosen)과 더불어 직접 측정하지 않고서도 불확정성원리가 말하는 측정의 제한을 피해서 물리량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1935년 발표하였다. 이 실험을 EPR 파라독스라고 하는데 원리는 다음과 같다.
스핀 값이 ‘0’인 입자가 전자(電子)와 양전자(陽電子)라는 두 개의 입자로 분리되어 서로 반대방향으로 진행한다고 하자. 양자역학에 의하면 측정 전에는 전자도 양전자도 허깨비 같은 존재다. 어느 쪽의 스핀도 결정되어 있지 않다. 말할 수 있는 것은 이들의 스핀이 1/2일 확률이나 -1/2일 확률이나 똑같이 50%라는 것뿐이다. 분리된 후 시간이 흘러 전자와 양전자 사이의 거리가 수백 광년쯤 떨어졌다고 하자. 여기에 대해 아인슈타인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했다.
전자의 스핀을 측정하여 그 값이 1/2이면 그 즉시 수백 광년 떨어진 양전자의 스핀이 -1/2로 결정된다. 양전자의 스핀 값이 즉시 결정되는 것은 수수께끼다. 상대성이론에 의하면 정보의 전달속도는 빛과 같다. 전자의 스핀이 1/2로 결정되었다는 정보를 얻고서 양전자가 자신의 스핀 값을 나타내려면 수 백 년이 걸려야 하지 않겠는가?
다른 사람이 측정했다면 -1/2이 될 수도 있었다. 그때는 양전자의 스핀 값이 1/2로 나타날 것이다. 정보전달에 걸리는 시간을 무시하고 양전자의 스핀 값이 즉시 결정된다는 것은 파라독스이다. 이런 파라독스가 생긴 것은 측정 전에 입자의 실재를 부정하는 양자역학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분리된 순간 전자나 양전자는 물리적 실재로서 존재하는 것이며 측정 이전에 이미 결정된 스핀 값을 갖는 것이다. 이 스핀 값과 동시에 측정할 수 없는 물리량도 양자역학이 예측을 못할 뿐이지 측정 전에 이미 결정된 물리량을 갖는다.
여기에 대해 보아는 이렇게 응수했다. 측정 전에는 두 개의 파편이 분리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관측 결과 몇 백 광년이 떨어져 있다는 것이 판명 될지라도 측정 전의 계는 단일체로 보아야 한다. 분리되었다고 생각하고 계를 기술하면 이미 물리계에 교란을 준 것이다.
1982년 아스펙이라는 물리학자가 실제로 실험을 수행하였다. 실험 결과 보아가 옳음이 판명되었다.
수백광년 떨어져 있어도 전체는 하나로 얽혀 있는 것이다. 이것을 ‘양자 얽힘’이라고 한다. 우주의 만물은 태초에 한 지점에서 출발하였다. 따라서 우주의 근원을 추적해 들어가면 모든 만물은 양자적으로 얽혀 있다. 전체는 분리될 수 없는 하나인 것이다. 전체가 하나라면, 오직 하나인 텅 빈 마음이라면 부처와 중생의 마음이 어디 따로 있겠는가?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출처 법보신문 1036호 [2010년 02월 18일 1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