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한 편의 꿈, 연극, 영화
삶을 꿈으로 비유하는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장자의 ‘나비꿈 胡蝶夢’이 유명하지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깬 뒤에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지 알기 어렵다는 얘기인데, 이를 소재로 ‘매트릭스 The Matrix'라는 영화가 대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 메타버스(Metaverse)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16세기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도 인생은 연극이며, 모든 사람은 그 무대에 서는 배우일 뿐이라고 말했죠.
굳이 유명인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이라면 모두 그러한 생각을 한번쯤 안해봤을 리가 만무합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풍경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그런 까닭에 어느 순간 삶이 덧없고, 무력하고, 의미 없음을 깨닫는 경우가 종종 있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항상하지 않음 無常’의 진실에서 더 나아가 삶의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이들은 드믑니다. 그렇기에 붓다의 가르침인 연기법과 3법인이 더욱 소중한 것입니다.
불교적인 맥락에서도 삶은 한 편의 짧은 꿈이며, 연극이며, 영화입니다. 정신과 물질의 복합체이자 경험적 개체인 오취온 五取蘊. ‘무상하고 불완전하고 실체가 없는’ 나인 오취온이 인식하고 생각하고 행위하며 꾸려가는 삶. 나는 이 꿈, 연극, 영화의 기획자이자 연출가이자 각본가이자 배우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네 삶의 진실된 풍경입니다. 그리고 이 꿈, 연극과 영화의 제목은 ‘소유와 존재’입니다. 소유를 동력으로 하는 감각적 욕망의 욕계의 풍경, 착각을 동력으로 하는 존재적 욕망의 색계. 무색계의 풍경입니다.
돈과 사랑, 지위와 명예, 권력, 건강...움켜쥐면 기뻐하고 잃으면 슬퍼합니다. 그런 까닭에 얻기 위해서, 잃지 않으려 모든 노력을 기울입니다. 마침내 이 모든 것을 쥐었다 해도, 죽음이 앞을 가로막습니다. 슬퍼하고 좌절하고 비탄해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모든 저항이 무력합니다. 참으로 덧없고 무의미하고 고통스러운 삶입니다.
숲에서 벗어나야 숲이 보이고, 사막에서 벗어나야 사막이 보입니다. 꿈에서 깨어나야 꿈임을 깨닫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허망한 꿈과 연극에서 벗어나 그 흔적들과 소품들을 하나씩 정리하고 다시는 꾸지 않을 마지막 꿈임을 자각하게 됩니다. 우리 삶이 짧은 꿈임을, 아무리 황홀하고 화려하다 해도 결말은 예외없이 끔찍한 악몽임을 깨달아야겠지요. 이 무상하고 고통스러운 삶에서 벗어나는 길은 단 하나입니다. 오로지 외길, 붓다께서 걸어가신 옛길뿐입니다. 그 흔적을 한 걸음 한 걸음 조심스레 좇아갈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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