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와 똥막대기(도덕경 해설)

도덕경 6장.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slowdream 2007. 8. 10. 17:14
 

<제 6장.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


계곡의 신은 죽지 않는다. 그리하여 신비의 여인. 여인의 문은 하늘과 땅의 뿌리. 끊임없이 이어지며 그 쓰임도 다함이 없다.



谷神不死 是謂玄牝 玄牝之門 是謂天地根 綿綿若存 用之不勤(곡신불사 시위현빈 현빈지문 시위천지근 면면약존 용지불근)

 

  빈(牝)은 길짐승의 암컷. 수컷은 牡(모), 날짐승은 雌雄(자웅)이라 표현한다. 여인은 道의 상징이며, 여인의 門은 無와 有를 소통시키는 길목이다. 노자는 <도덕경>을 통해서 남성성보다는 여성성을 줄곧 강조한다. 여성이 지닌 생산성, 포용성, 자비로움, 고요함 등의 덕목을 높이 사는 것이다. 물론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남성 우위의 역사가 오래전부터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고 있으니. 종교 또한 다르지 않다. 기독교의 ‘하느님 아버지(God the Father)’가 그 좋은 예이다. 남성 목회자에 비해 여성 목회자는 매우 드물고, 佛家에서도 대개의 선지식은 역시 남성이다. 이러한 남성 우위의 문화를 비웃는 페미니즘 운동이 확산되고는 있지만 아직은 그 세력이 미미하다.

 

  그래서일까, 몽둥이 찜질(棒)로 유명한 덕산 선사가 선종(禪宗)을 접하기 전에 일개 떡장수 노파에게 큰 망신을 당한 일화는 무척 통쾌하다. 중국 남쪽 지방에서 선(禪)이 기세를 떨치면서 교종(敎宗)을 무시한다는 소리를 듣고, 덕산이 크게 망신을 줄 요량으로 길을 서둘렀다. 자신이 직접 쓴 <금강경소초(金剛經疏抄)>를 바랑에 넣고서. 여정이 거의 끝날 무렵 시장해진 덕산이 떡집에 들어가 바랑을 내려놓고 점심을 주문했다.

  주인 노파가 덕산의 바랑을 가리키며 물었다.

“뭐가 들었길래 그렇게 무겁소?”

  그러자 덕산이 자랑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지은 <금강경소초>가 들어 있지요.”

“그렇다면 내 물음에 제대로 답변을 해준다면 점심(點心)을 그냥 드리리다. <금강경>에서 말씀하기를, ‘지난 마음도 잡을 수 없고 현재 마음도 잡을 수 없고, 미래의 마음도 잡을 수 없다’라고 했는데 스님께서 이제 마음에 점을 찍겠다 하시니 어느 마음에 점을 찍으려는게요?”

  덕산은 얼굴이 시뻘개진 채 아무 대꾸도 하지 못하고 부리나케 떡집에서 빠져나와, 그리 아끼던 <금강경소초>를 불살라버린 후 선종에 입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