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와 똥막대기(도덕경 해설)

도덕경 17장. 바람이 지나고 나면

slowdream 2007. 8. 10. 18:54
 

<제 17장. 바람이 지나고 나면 숲은 소리를 지니지 않네>


太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


가장 으뜸인 지도자는 백성이 그 존재만 아는 것이며, 그 다음은 백성이 가까이하고 칭찬하는 지도자이다. 그 다음은 두려워하는 지도자이며, 그 다음은 업신여기는 지도자이다. 믿음이 부족하면 불신을 낳는 법. (훌륭한 지도자는) 여유롭고 넉넉하여 말을 아낀다. (훌륭한 지도자가) 공을 이루고 일을 마치면, 백성들은 우리가 스스로 이룬 것이라 말한다. 



太上下知有之 其次親而譽之 其次畏之 其次侮之 信不足焉 有不信焉 悠兮其貴言 功成事遂 百姓皆謂我自然(대상하지유지 기차친이예지 기차외지 기차모지 신부족언 유불신언 유혜기귀언 공성사수 백성개위아자연)

 

  백성이 지도자를 가까이 하고 칭찬하는 것은 덕치(德治)에 비유할 수 있겠고, 두려워하는 것은 법치(法治)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백성들이 뒤에서 비웃고 업신여기는 지도자는 말할 가치도 없겠다. 대체로 폭군의 형태인데, 음주와 가무ㆍ여색을 멀리하지 못하여 결국은 나라를 망치는 경우가 즐비하다. <사기(史記)>에 따르면, 춘추시대 300여년 동안에만도 망한 나라가 무려 52개국이며, 살해된 군주는 36명에 달했다. 물론 쫓겨나거나 시해된 군주 모두가 폭정을 일삼거나 주색과 가무에 빠졌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대체로 그러한 몰락의 길을 걷기 마련이다. 그 좋은 예로 고대중국의 경우, 하(夏)나라 걸왕과 말희, 은(殷)나라 주왕과 달기, 주(周)나라 유왕과 포사를 꼽을 수 있겠다. 걸왕은 주지육림(酒池肉林)이라는 고사성어를 탄생시킬 만큼 말희에게 넋이 빠졌고, 주왕은 달기와 포락지형(炮烙之刑-기름 바른 구리기둥을 불에 달구고 죄인을 걷게 하는 형벌)을 즐기며 정사를 잊었고, 유왕은 좀처럼 웃지 않는 포사를 위해 거짓으로 봉화를 올려 군사를 움직임으로써 포사를 웃게 하다가 결국 나라를 외적에게 넘겨주었다.

 

  덕치와 법치ㆍ폭정, 이 세 유형의 다스림은 유위로 노자는 탐탁지 않게 여기고, 무위의 다스림을 으뜸으로 친다. 백성이 그 존재만을 아는 또는 있는지 없는지도 헛갈리며, 다스림의 결과를 모두 백성들 스스로의 공으로 돌린다. 중국의 민간에 전해져 온 ‘격양가(擊壤歌)’는 요(堯)나라 때의 태평세월을 읊은 것이다. 백성들이 편안하게 지내는지 궁금해 요임금이 평민 차림으로 거리에 나섰다. 한 노인이 길가에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 한 손으로는 배를 두들기고 또 한 손으로는 땅바닥을 치며 장단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日出而作 日入而息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鑿井而飮 耕田而食   우물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 먹으니

帝力于我 何有哉     임금의 덕이 내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10장에서 “生之 畜之 生而不有 爲而不恃 長而不宰 是謂玄德(낳고 기르되 소유하지 않고 이루게 하되 의지하지 않고 기르되 다스리지 않는 바 이를 신묘한 德이라 일컫는다)”라 했는데, 바로 이러한 현덕이야말로 무위의 다스림[無爲之治]이다. 또한 13장에서의 “貴以身爲天下 若可寄天下 愛以身爲天下 若可託天下(몸을 던져 세상을 귀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세상을 떠맡길 수 있고, 몸을 던져 세상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또한 세상을 떠맡길 수 있다)”란 구절도 같은 의미이다. 결론인즉, 무위의 다스림이란 결코 그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바람이 성긴 대숲에 오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숲은 소리를 지니지 않고

기러기가 차가운 못을 지나매

기러기가 가고 나면

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채근담>의 한 구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