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염화실의 향기

[법륜 스님의 지혜로운 삶]기도의 감동이 없어졌어요

slowdream 2008. 10. 14. 18:48

[법륜 스님의 지혜로운 삶]기도의 감동이 없어졌어요
하기 싫은 마음 극복하는 것이 바로 수행
행복하고 자유로운 삶 원하면 기도해야
기사등록일 [2008년 10월 08일 20:12 수요일]
 

아침마다 하던 기도를 한 번 놓쳐버리자 계속 못 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기도할 때의 감동은 없어지고 그냥 하루하루 타성에 젖어 사는 느낌입니다.

 

해야 한다고 하면서 못 하면 죄스럽기만 한데, 아무 신경 쓰지 않고 하지 않으면 죄의식은 없습니다. 기도를 하든 안 하든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해야 하는데’ 하며 못 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어나야 하는데’ 하면서 못 일어날 바에야 그대로 자는 게 낫습니다. 잠이라도 제대로 자야 좋은 거 아닙니까.

이대로 살아도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 입장에서는 그래도 수요일에 와서 법문을 듣는 것만 해도 고마워요. 왜냐하면 법문까지 듣지 않으면 더 문제니까 법문을 듣는 것만도 고맙지요. 자꾸 욕심내지 마세요. 법문이라도 빼 먹지 말고 들으세요. ‘이 법문도 듣기 싫다’ 까지 안 간 것만 해도 아직 선근 공덕이 있네요. 법문을 듣다 보면 또 발심이 됩니다. 발심이 되면 그때 기도하세요, 억지로 하지 말고. 너무 따지지 말고 하기 싫으면 쉬었다가 발심이 나면 또 하세요.

 

“스님, 운전하기 싫은데 안 해도 됩니까?”
“되지요. 이 지구상에 운전할 줄 모르는 사람이 더 많지 하는 사람이 더 많겠어요? 당신이 운전하지 않는다고 해가 서쪽에서 뜨겠어요? 안 해도 돼요. 걱정하지 마세요. 운전 안 하는 게 뭐 큰 죄라고 그래요.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되지. 그러나 운전을 안 하면 차는 못 몰고 다닙니다. 차를 몰고 다니면서 편리함을 누리고 싶다면 배우기 싫더라도 배워야 합니다.”

 

운전을 배우고 싶으면 열심히 배우고, 배우기 싫으면 배우지 않아도 됩니다. 운전을 배우지 않아도 아무 문제가 없어요. 운전을 안 배운다고 뭐, 죽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나 운전을 배우지 않으면 편리함은 누릴 수 없습니다. 차를 몰아서 어디든 자유롭게 다니는 편리함은 누릴 수 없다는 걸 아셔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수행을 하면 여러분들이 훨씬 더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그러나 수행하지 않으면 그 길을 찾을 수 없습니다. 좀 더 행복하고 자유롭고 활기차게 살고 싶으면, 기도가 하기 싫더라도 열심히 기도하셔야 합니다.

 

하기 싫어도, 죽을 만큼 하기 싫어도 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하고 싶어서 하고,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은 기도가 아니에요. 기도는 하기 싫은 마음을 극복하는 게 기도이기 때문에 싫든 좋든 관계없이 하고 싶은 날도 하고 하기 싫은 날도 그냥 하는 거예요.

 

관점을 바로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기도가 하고 싶어서 기도한다면, 엄격하게 말해서 그 기도로는 업장을 녹일 수 없습니다. 싫은데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싫은데도 사정없이 해 버려서 싫은 마음이 탁 날아가 버려야 합니다. 그러면 한 고비 넘어가는 겁니다. 이 때 업장이 확 녹아내리는 거예요. 업장을 저울에 단다면 무게가 쑥 줄어드는 겁니다.

 

싫은 마음이 일어날 때가 공부할 때입니다. 마장이 일어날 때가 한 단계 극복할 때이지요. 부처님께서도 성도 전에 마왕의 항복을 받고 성도하셨다고 해서 ‘항마성도상’이라고 말하잖아요.


마장을 항복 받는 게 성도로 가는 길이란 말입니다. 또 ‘보왕삼매론’에서도 마장이야말로 수행의 보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걸 차고 넘어야 그 다음에 새로운 세상이 열립니다. 그러지 않고 마장이 왔을 때 넘어져 버리면 새로운 세상은 꿈도 꿀 수 없게 됩니다.
기도와 수행에 관한 관점을 바로잡고, 목표를 잊지 말고 부지런히 정진하시기 바랍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출처 법보신문 968호 [2008년 10월 08일 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