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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④우주와 나

slowdream 2009. 3. 11. 05:53

[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④우주와 나
질량이 커진 별 압력 높아져서 결국 폭발
수명 다해 우주에 뿌린 원소가 생명 씨앗
기사등록일 [2009년 02월 28일 11:50 토요일]
 

불교교리 중에서 중요한 것을 꼭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그것은 연기법(緣起法)일 것이다. 연기법은 삼라만상이 다 상의 상관관계(相依 相關關係)를 맺고 있다고 말한다. 모두가 서로 관계를 맺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정도의 문제이지 ‘우주의 엄청난 시공간적 크기와 나의 삶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 하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사람의 수명은 100년 정도이고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땅의 크기는 지구정도면 족하다. 사람하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지구도 너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주는 모든 면에서 터무니없이 커 보인다. 우주의 나이는 140억 년 쯤 되며 관측 가능한 공간적 크기도 140억 광년(光年)쯤 된다. 140억 광년이라는 것도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다. 우주는 왜 이렇게 큰 것일까?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를 이용하여 생명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태양만으로는 생명체가 탄생할 수도 없고 살아갈 수도 없다. 생명체가 생명활동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태양에너지 말고도 탄소(炭素) 산소(酸素) 질소(窒素) 및 철(鐵)과 같은 여러 가지 물질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원소(元素)뿐만 아니라 지구상에서 발견되는 92가지의 원소 모두가 다 필요하다. 철보다 무거운 방사성 원소도 지열(地熱)의 원천으로서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그런데 우주의 탄생 초기에 이 우주에는 수소(H)와 헬륨(He)과 약간의 리튬(Li) 밖에 없었다. 이 셋 보다 무거운 원소는 태양보다 질량이 큰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진다. 탄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별의 질량이 태양의 질량보다 3배, 철을 만들기 위해서는 10배는 되어야 한다. 태양정도의 별은 단지 수소를 융합하여 헬륨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태양보다 훨씬 무거운 별들은 큰 중력 때문에 별이 내부로 수축하면서 무시무시한 압력으로 수소와 헬륨을 융합하여 탄소부터 철까지 차례로 무거운 원소를 만들고 폭발한다.
이런 별들을 초신성(超新星, Supernova)이라고 하는데 초신성이 폭발할 때 다시 새로운 핵반응이 일어나고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만들어진다. 폭발과 함께 별은 이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공간으로 날려버리고 죽어간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가 지구상에 존재하기 위해서는 별의 폭발이 꼭 필요했던 것이다.

 

오늘날의 우주적 환경에서는 별이 커봤자 질량이 태양의 100배 정도이다. 성간 물질 가운데 별이 커지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우주 탄생의 초기 수억 년이 될 때까지는 별의 질량이 커지는 것을 방해하는 요인이 없었다. 이 때의 별들은 주위에 있는 물질을 마음껏 끌어당겨 그 질량이 태양 질량의 수백 배에서 수천 배에 이를 수도 있었다.
우주 탄생초기에 만들어진 이 거대한 별들은 우리의 태양이 생기기 훨씬 오래 전에 폭발하여 무거운 원소들을 우주에 뿌려놓고 사라졌다.

 

별의 수명은 질량이 크면 짧아지는데 이별들의 수명은 태양수명의 천 분의 일 정도로서 평균 백 만년 쯤 된다. 참고로 말하자면 태양의 나이는 50억 년쯤 되고 수명은 100억 년 쯤 된다.

 

우주탄생의 초기에 초신성이 폭발하면서 우주에 뿌린 무거운 원소들이 생명의 씨앗이다. 지구에 인간이라는 고등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우주가 시공간적으로 지금처럼 커야 되는 것이다.
연기법은 이렇게 나와 우주전체에 적용된다.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출처 법보신문 988호 [2009년 02월 28일 1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