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불교와 자연과학

[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 25. 학문 간 상호인과

slowdream 2010. 2. 16. 17:24

[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 25. 학문 간 상호인과
과학적 진리는 종교적 영감서 얻는 것
합리적 종교인 불교가 주목 받는 이유
기사등록일 [2010년 01월 19일 14:11 화요일]
 

연기법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의 원인이자 결과라고 말한다. 사실이다. 학문도 마찬가지이다. 자연과학의 발전도 인문학과 예술의 발전이 그 바탕을 이룬다.

 

파키스탄의 물리학자 살람(Abdus Salam, 1926~1996)은 1979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연설에서 이런 말을 하였다. 17세기까지는 동양의 국력이 서양보다 월등하게 앞섰었는데 뉴턴역학의 출현으로 인해 서양에 과학을 기반으로 한 기술이 탄생함으로써 불과 150년 만에 동양과 서양의 국력이 역전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기초과학의 육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옳은 말이지만 살람이 빠트린 것이 하나있다. 뉴턴역학의 탄생배경에 문예부흥이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은 것이다.

 

뉴턴 고전역학은 뉴턴의 천재성에 의해서만 탄생한 것이 아니다. 뉴턴역학은 당시 유럽 문화와 사상이 맺은 열매 중 하나일 뿐이다. 데카르트와 갈릴레오가 과학이 탄생할만한 풍토를 조성해 놓았기 때문에 뉴턴역학의 탄생이 가능했던 것이다. 데카르트의 합리주의(合理主義) 철학이 없었더라면 사물을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과학적 태도가 유럽인에게 마련되지 않았을 것이며 고전역학의 탄생을 위해 꼭 필요한 수학의 발전도 없었을 것이다. 뉴턴역학의 탄생에 필수적이었던 미적분학(微積分學)은 뉴턴 자신이 만든 것이지만 그 기초는 이미 유럽에 마련되어 있었다. 합리주의 철학의 정신 아래에서 데카르트를 비롯하여 많은 학자들이 수학 연구에 몰두하였던 것이다. 철학자 라이프니츠도 뉴턴과 거의 동시에 미적분학을 만들었는데 이런 풍토였기에 그 일이 가능했던 것이다.

 

합리주의 철학과 수학만으로는 과학이 탄생할 수 없다. 과학의 탄생을 위해서는 경험주의(經驗主義) 철학도 필요하였다. 영국에서 뉴턴의 고전역학이 탄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연현상에 대하여 최초로 물리학적 실험을 한 사람은 이탈리아의 갈릴레오이지만 그 정신을 이어받아 물리학을 탄생시킨 것은 경험주의 철학이 뿌리를 내린 영국이었다.

 

뉴턴의 고전역학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합리주의와 경험주의 철학이 꼭 필요한 것이었지만 그 발전의 배후에는 문예부흥이 있었다. 새로운 학문과 정신의 탄생을 위해서는 중세의 신(神)중심의 사고에서 인간중심적 사고로 전환하는 일이 필요하였는데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문예부흥이 그 역할을 했다. 문예부흥의 뒤에는 예술과 인문학이 있었다. 문예부흥이 없었더라면 인간중심적 사고가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며 뉴턴의 고전역학도 탄생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예술과 문학 및 철학을 토대로 한 인문학의 발전이 없었으면 고전역학이 탄생할 수 없었고 고전역학이 없었으면 서양의 과학기술이 없었을 것이고 과학기술이 없었다면 영국의 산업혁명도 없었을 것이다. 오늘날의 과학기술 문명을 가져온 바탕에는 예술과 문학과 철학이 있었던 것이다.

 

아인슈타인이 말한 대로 과학적 진리는 논리적 접근이 아니라 종교적 영감에 의해서 얻는 것이라면 21세기에는 종교가 과학기술과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서로의 발전에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특별히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종교라고 주목을 받는 불교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출처 법보신문 1032호 [2010년 01월 19일 1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