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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 34. 불교와 과학 ②

slowdream 2010. 8. 14. 12:37

[김성구 교수의 불교와 과학] 34. 불교와 과학 ②
자연현상을 한 법칙으로 통합하는 게 과학
극단적 견해 하나로 포용하는 중도와 일치
기사등록일 [2010년 06월 22일 15:19 화요일]
 

불교에서 말하는 일체(一切)가 현상계라는 점에서 불교와 과학은 공통의 영역을 가진다. 둘의 공통성은 그 영역뿐만 아니다. 사물을 보는 태도에서도 둘은 같다. 불교는 현상계의 차별상 속에 보편적 진리가 있음을 말한다. 이것을 뜻하는 대표적인 말이 “萬法歸一 一歸何處(만법이 하나로 돌아가는데 그 하나는 어디로 돌아가는가?)”일 것이다. 갖가지 차별상에서 하나의 이치를 찾는 것은 그대로 과학의 정신이자 과학의 꿈이기도 하다.

 

과학은 복잡하고 다양한 자연현상 가운데서 보편적인 법칙을 찾아내어 자연현상을 보편 통일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과학의 마지막 꿈은 소립자에서 우주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자연현상을 하나의 법칙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불교와 과학은 그 영역과 사물을 보는 태도에서 이렇게 닮은 데가 있다. 이러니 불교를 과학적으로 해설하고 과학을 불교적으로 해석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불교사상이 갖는 특징 중 빠트릴 수 없는 것은 중도사상이 뜻하는 통일성이다. 중도사상의 특징은 유물론(唯物論), 이원론(二元論), 유심론(唯心論), 여러 가지 유신론(有神論) 등 세상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견해를 포용하여 하나로 아우르는 것이다. 물리학의 특징 또한 통일성에 있다.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이 과학의 역사상 특별히 중요한 발견으로 꼽히는 것은 만유인력의 법칙이 갖는 통일성 때문이다. 천체의 운동과 지상으로 낙하하는 낙체의 운동이 만유인력이라는 하나의 법칙으로 통일적으로 기술되기 때문에 겉으로는 복잡하게 보이는 자연현상을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고전 전기역학(古典電氣力學)이 성공적인 것도 겉으로 보기에는 다르게 보이는 전기(電氣)와 자기(磁氣) 현상이 사실은 같은 현상이라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관측자의 운동 상태에 따라 전기가 자기로 자기가 전기현상으로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그래서 물리학에서는 전기와 자기현상을 하나로 통합하여 이들을 지배하는 힘을 전자기력(電磁氣力)이라고 부른다. 소립자 물리학에서는 ‘힘’이라는 말보다는 상호작용(相互作用)이라는 말을 쓰는데 참고로 말하자면 자연에는 네 가지 기본적인 상호작용이 있다.

 

천체의 운행과 관련이 있는 중력(重力), 전자기 현상에 관련된 전자기력, 원자핵이 붕괴되지 않도록 강한 힘으로 묶어두는 강력(强力), 방사능 붕괴와 관련된 약력(弱力), 이렇게 네 가지 기본적인 상호작용이 있다. 전기와 자기 현상뿐만이 통합되는 것이 아니다. 현대물리학은 ‘전자기력’과 ‘약력’마저 하나의 근원에서 나왔음을 밝히고 있다. 전자기력과 약력의 근원이 하나라는 것은 여러 가지 소립자들이 겉으로는 다르게 보일지라도 본질적으로 그 근원이 하나라는 것을 뜻한다. 마치 한 사람이 여러 벌의 옷을 갖고 갈아입을 때 마다 달리 보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네 가지 상호작용을 ‘하나’로 보고 모든 자연현상을 하나의 법칙으로 통합 기술하는 것이 물리학의 꿈이다. 그 하나의 법칙을 찾는 것이 물리학자들이고 그 하나마저 ‘어디로 가는가?’ 하고 묻는 것이 불교인이다. 하나가 가는 그곳은 ‘공(空)’인가? 그렇다고 하면 그는 과학자일 것이다. 불교선승은 무엇이라고 입을 떼든 방(棒)을 내릴 것이다. 

 

김성구 이화여대 명예교수


출처 법보신문 1053호 [2010년 06월 22일 1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