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와 똥막대기(도덕경 해설)

도더경 32장. 이름은 영원하고자 하는

slowdream 2007. 8. 10. 19:02
 

<제 32장. 이름은 영원하고자 하는 욕망을 접고>


道常無名 樸 雖小 天下莫能臣也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相合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 可以不殆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


道는 항상 이름할 수 없다. 통나무는 비록 하찮으나 천하가 제멋대로 다스리지 못한다. 제후와 천자가 道를 능히 간직하면, 만물이 스스로 머리를 조아리고 천지가 뜻을 모아 감로를 내린다. 다스리지 않아도 백성 스스로 고루 평등해진다. 통나무를 다듬으면 이름이 생긴다. 이름이 생기면 그침을 알게 된다. 그침을 알기에 위태롭지 않다. 道가 천하에 있으므로 개울물과 계곡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



道常無名 樸 雖小 天下莫能臣也 侯王若能守之 萬物將自賓 天地相合以降甘露 民莫之令而自均(도상무명 박 유소 천하막능신야 후왕약능수지 만물장자빈 천지상합이강감로 민막지령이자균) 

 

  이 장 역시 해석상 매우 주의를 요하는데, 道-> 無-> 有의 순서로 설명이 전개된다. 無는 개별적인 이름이 없는 무한한 有의 세계이지만 눈에 띄지 않고 하찮고 소박해 보인다. 그럼에도 有인 만물처럼 부릴 수는 없다. 성인과 동의어인 후왕(侯王)이 道를 능히 간직하면 천지와 만물, 인간 즉 삼재(三才)가 복종한다는 뜻이다. 民莫之令而自均을 앞 문장과 연결해서 ‘천지가 상합해서 내린 감로는 백성이 명령하지 않아도 스스로 고루 만물을 적신다’는 식으로 해석해서는 노자에게서 멀리 벗어난다. 만물ㆍ천지ㆍ백성은 ‘지배자가 道를 능히 간직하면’에 고루 연결되는 술어이다. 民莫之令而自均은 당시의 노예제 신분사회를 부정하는 급진적 발언이라 해도 무방하다. “천하에 지배계급은 없다(天下無人)’를 주장한 묵자의 외침과 닮았다. 고대 중국의 계급제도는 크게 지배계급인 人과 피지배계급인 民으로 구성된다. 헌데, 노자는 피지배계급인 백성을 다스림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은 것이다. 물론 성인과 백성을 구분하여 성인이 무위로써 다스리는 대상으로 백성을 규정하지만, ‘무위’자체에는 실상 계급적 구분이 없음을 잊지 말아야겠다.    


始制有名 名亦旣有 夫亦將知止 知止 可以不殆 譬道之在天下 猶川谷之於江海(시제유명 명역기유 부역장지지 지지 가이불태 비도지재천하 유천곡지어강해) 

 

  앞에서 道와 無를 설명했고 여기에서는 有를 설명하고 有와 無, 그리고 道의 관계에 대해서 마무리를 짓는다. 無인 통나무를 쪼개어 有가 펼쳐진다. 즉 탁자도 되고, 불쏘시개도 되며, 울타리로도 활용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有名의 세계는 유한하므로 항상하지 못하다. 有名한 사물은 영원하고자 하는 욕망을 접고, 즉 무위로써 道에 합일한다. 그러기에 위태로울 것이 없는 것이다. 이는 영원하고자 몸부림을 치는 인간의 유위를 에둘러서 비난하는 것이다. 인간만이 잠재성을 현실로 옮길 수 있기에, 그리고 현실화할 수 있는 능력의 정도가 곧 욕망이자 힘이기에, 역설적이지만 욕망할수록 道에서 멀어지는 것이다. 인간은 날 수 없지만 비행기를 만들어낸다. 인간은 멀리 볼 수 없지만, 망원경으로 그 잠재성을 실현한다. 그리고 이제 인간복제를 눈앞에 두고 있다. 道를 거스르다 못해 道 자체가 되고자 하는 욕망의 극대화이다. 태양 가까이 날다 밀랍으로 만든 날개가 녹아 바다로 떨어져 죽은 그리스 신화의 이카루스(Icarus)가 되고자 하는 것인지.

 

  개울물과 계곡물[有]이 강과 바다[無]로 흘러가 하나되는 것은 곧 道에 순응하는 까닭에서이다. 바다와 강은 하늘로 올라가 이내 개울과 계곡으로 돌아간다. 有가 無로, 無가 有로 순환하며 펼쳐지는 것은 道가 세상에 있다는 반증에 다름 아니다.   

 

  혜능 선사가 말씀하시길,

 “그러므로 본래 성품이 반야의 지혜를 지니고 있어서 스스로 지혜로써 비추어 문자를 빌리지 않음을 알라. 비유컨대, 그 빗물이 하늘에 있지 않음과 같다. 원래 용왕이 강과 바다 가운데서 이 물을 몸으로 이끌어 모든 중생과 모든 초목과 모든 유정, 무정을 다 윤택하게 하고, 그 모든 물의 여러 흐름이 다시 큰바다에 들어가고 바다는 모든 물을 받아들여 한몸으로 합쳐지는 것과 같나니, 중생의 본래 성품인 반야의 지혜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