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子와 똥막대기(도덕경 해설)

도덕경 66장. 성인과 천하는 서로 다투지 않는다

slowdream 2007. 8. 11. 01:42
 

<제 66장. 성인과 천하는 서로 다투지 않는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是以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是以天下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


강과 바다가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될 수 있는 것은 낮춤을 잘해서이다. 그리하여 모든 골짜기의 왕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백성 위에 오르고자 하면 그 말을 낮추어야 하며, 백성보다 앞서고자 하면 그 몸을 뒤에 두어야 한다. 그런 까닭에 성인은 위에 있어도 백성들은 그 무게를 느끼지 않고, 성인이 앞에 있어도 백성들은 해롭게 여기지를 않는다. 그러므로 천하가 (성인을) 즐거이 받들고 싫어하지 아니하며, 성인은 다투지 않기에 천하 또한 그와 다투지 않는다.



江海所以能爲百谷王者 以其善下之 故能爲百谷王 是以欲上民 必以言下之 欲先民 必以身後之(강해소이능위백곡왕자 이기선하지 고능위백곡왕 시이욕상민 필이언하지 욕선민 필이신후지) 

 

  32장에서 “道가 천하에 있으므로 개울물과 계곡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가는 것이다”라 했다. 여기서 계곡은 有, 강과 바다는 無를 상징한다. 온갖 골짜기의 물이 강과 바다로 흘러 하나되었다가 다시금 하늘로 올라가 온갖 골짜기로 돌아가듯, 有와 無는 그렇게 돌아감을 되풀이한다. 그렇게 돌아갈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를 낮추는 무위로써이다. 또한 “성인은 자신을 뒤로 하기에 앞서고 그 몸을 아끼지 않기에 몸을 보존한다”며 앞서지 않기에 앞서고, 몸을 아끼지 않기에 그 몸이 보존된다는 역설의 이치를 강하게 피력한 7장과 그 내용이 일치한다.


是以聖人處上而民不重 處前而民不害 是以天下樂推而不厭 以其不爭 故天下莫能與之爭(시이성인처상이민부중 처전이민불해 시이천하락추이불염 이기부쟁 고천하막능여지쟁) 

 

  이렇듯 성인은 무위를 실천하는 까닭에, 백성과 천하 만물이 꺼리지 않고 즐거이 받들 따름이다. 22장에서의 설명과 일맥상통한다. “스스로를 드러냄이 없으니 밝고, 스스로를 옳다 함이 없으니 빛나며, 스스로 자랑함이 없기에 공이 있고, 스스로 뽐냄이 없으니 오래 간다. 무릇 다툼이 없으니 천하의 그 누구도 그와 다툴 수 없다.”

 

  참선 수행은 묵조선(黙照禪)과 간화선(看話禪), 의리선(義理禪) 등으로 나뉘는데, 묵조선은 말과 생각을 잊고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며, 간화선은 화두를 간절하게 의심하는 것이여, 의리선은 알음알이로 이치를 따져나가는 것이다. 중국 선종의 대혜 선사 시절에 굉지(宏智) 선사가 묵조선으로 그 이름을 날렸다. 묵조선과 간화선이 날카롭게 대립한 까닭에 흔히들 대혜 선사와 굉지 선사의 사이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 여기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이 모두가 방편인 것을 다툴 까닭이 없는 것이다. 굉지 선사는 열반에 이르러 대혜 선사에게 게송을 남겼고, 대혜 선사는 손수 장례를 치렀다. 굉지 선사의 게송을 올려본다.


夢幻空華   꿈 같고 허깨비 같고 허공꽃 같은

六十七年   한바탕 삶이여

白鳥煙沒   고니는 저녁 노을 속에 모습을 감추고

秋水連天   맑은 가을물이 하늘까지 닿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