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석학자이며 철학자인 자크 라깡에게 세계는 3가지이다. 상상계, 상징계, 실재계. 상상계는 거울 단계로 이미지화한 자아가 비로소 출현하지만 세계와 자아를 동일시한다. 상징계는 상상계를 벗어나 언어질서와 사회구조에 편입되는 세계이다. 원초적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이 깨지고, 성숙한 자아와 타자인 세계와의 대립적 관계가 펼쳐지는 의미생성의 장이다. 실재계는 언어 곧 의식, 사유로써는 포획할 수 없는 언어와 사유의 바깥, 무의식의 장으로, 상상계와 상징계의 경계이면서 동시에 그들을 균열시키는 근원적 힘이다. 라깡은 이를 ‘대상 a'’로, 좀더 직관적인 ‘구멍’으로 지칭한다. 상상계와 상징계는 실재계의 ‘구멍’으로 인하여 구조적으로 불완전하고 불안정하다는 진단이다. 이는 곧 우리 모두 정신질환인 ‘편집증’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