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100

좀더 그늘이 짙고, 우울한 곳에서 /

좀더 그늘이 짙고, 우울한 곳에서 /  사물에는 무게가 없다. 그러나 내 시선과 손길이 닿는 순간, 그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함수에 갇힌다. 얇은 인화지 한 장에 가시적인 또는 비가시적인 무게가 내려앉을 수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무게는 나를 비웃으며 숨결을 거머쥔다. 나는 결코 정직해질 수 없다. 뒷걸음질을 칠망정, 1인칭의 초점은 버리지 못하는 까닭에서이다. 1인칭은 알코올 몇 도에서 용해되며 비등점은 얼마인가. 이별은 모든 것을 함축하고 있으며, 그러한 까닭에 그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출발선이다.

눈 / 記憶을, 지우고 싶어서일까. 다시금 눈을 뜨는데, 스산한 창밖 풍경을 무심히 담는 눈길에 피로가 묻어온다. 눈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눈으로 마음을 전할 때면 서두르지 않게 됨을. 진정한 것은 아주 서서히 스며든다. 몇 걸음 뒤의 슬픔이 그러지 않던가. 슬픔이, 11월의 오늘처럼 입을 다문 채 다가온다. 육체의 깊숙한 곳으로, 깊숙한, 너무 깊숙해서 상상조차도 불가능한, 그곳까지. 그러나 그 출렁거림에 익숙해지면, 더이상 슬픔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無味한 나는 시선을 거둔다. 내 밖의 잠재적 슬픔에게로.

횡단

횡단 /  그 무엇,  프랑스의 철학자 롤랑 바르트는 교통사고로 병원에 실려 갔습니다. 육체의 일부가 절단되었지만 수술을 거부하고, 거의 자살하다시피 세상을 등졌다네요. 그에게 육체란 현실로 문질러서 흐려져 버리는 그 무엇에 지나지 않았던 것인지,  말하자면, 상징적 질서가 존재를 횡단한다? 횡단이라... 몇 해 전 해질녘 시장 골목길에서 술취한 자동차 앞바퀴에 오른쪽 발등이 깔렸지. 비가 내리면 발등에 움푹 패인 바퀴 자국에 빗물이 고이더만. 횡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