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2086

겉옷과 속옷, 분별과 무분별

겉옷과 속옷, 분별과 무분별  존재의 속성은 ‘無常, 苦, 無我’입니다. 세상만물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변형되고 변화합니다. 그렇기에 존재는 늘 불안정하고 불완전합니다. 당연한 이치의 귀결입니다. 붓다의 가르침을 제외한 모든 사상과 종교는 여기에서 멈춰 있습니다. 존재가 왜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느냐에 대한 까닭을 밝히지 못한 것이죠. 그 원인은 바로 ‘무아’입니다. 고유의 자기원인, 자기성질, 곧 실체를 갖지 못하고 연기하기에 존재는 불안정하고 변화합니다. 무아를 이해하지 못하기에 우리는 세계를 ‘실체적’으로 인식합니다. 실체적 인식이란 배타적이고 독립적인 모순대립의 관계를 말합니다. 연기적 인식은 상호의존적 대립의 관계를 가리킵니다. 실체가 없지만 연기하는 존재로서 실재합니다. 연기를 자칫 잘못 이해하..

Rainy something

Rainy something /   사막에서만 길을잃어버리는 것은 아니었다책갈피 사이에서도꿈과 꿈 아닌 것들의 사이그대와 나사랑과 사랑 같았던 것들, 그리고 가끔은길 위에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린다망설임의 걸음들과어긋남의 그림자들,깊게 뿌리내려 주름진 슬픔들은어지러이 길을 재촉하고 아닌듯 저편의 어둠이 내리면모든 색깔에 밀물이 든다 옹색한 살림살이와간간이 내뱉는 기침과 탄식낡은 그물처럼 출렁거리는 記憶들,事物의 표면에 흘러내리는시간의 껍질에마저도 그렇게, 못내 그리웠을까이 모든 것들의 안식과그 모든 것들의 바깥에서.

편지 1

제가 ‘최애’하는 E선생님 반갑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철학자들을 거론하면서 아는 척하는 태도 이면에는 아주 못된 심보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철학, 사상, 사유라 일컫는 정신적 행위에 큰 감동이 없습니다. 그 한계가 뚜렷한 까닭입니다. 삶은 ‘생로병사’의 현상적 틀에 갇혀 있지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헌데, 사유라는 행위는 ‘생사’를 외면하거나 혹은 신비적 영역으로 던져놓고서, ‘희로애락’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몇 달 전 모임에서 K선생에게 이런 얘기를 슬쩍 짓궂게 건넨 적이 있습니다. “K선생, 이제까지의 모든 사유, 철학, 사상은 말입지, 붓다의 가르침에 비교하자면 놀이터에서 흙장난 하는 아이들 수준이거든.” 아...그때 K선생의 표정이 아주 오묘했습니다. 뭐, 이녀석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