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두 가지 몸

slowdream 2022. 9. 18. 19:14

두 가지 몸

 

중생계의 뭇삶은 다섯 가지 무더기, 즉 오온五蘊으로 존재합니다. 중생계는 욕계, 색계, 무색계이므로, 무색계를 몸이 없는 정신적 요소들만으로 구성된 존재들의 세계라는 설명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욕계는 밖의 물질을 소유적 대상으로 하는 욕망계이므로, 내 밖의 존재인 타자의 몸을 나와 동일한 하나의 인격체의 구성요소로 대하는 게 아니라 소유의 대상으로 치부합니다. 인간의 육체가 사자나 호랑이에게는 그저 먹잇감인 고깃덩어리인 것과 같은 셈이죠.

 

색계는 소유를 동력으로 하는 감각적 쾌락의 욕망을 여읜 한층 수승한 세계입니다. 이 몸과 정신적 요소, 즉 오온을 ‘나’라고 착각하는 세계입니다. 아직까지는 즐겁고 괴로운 육체적 느낌을 떨구지 못한 세계이지만, 선정을 성취하지 않고서는 머물지 못하는 세계입니다.

 

무색계 또한 선정을 성취해야만 머물 수 있는 수승한 세계입니다. 물질, 즉 몸에 대한 집착을 여읜 중생들이지만, 정신적 요소들인 마음과 의식과 형성에 대해 ‘나’라는 집착을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 세계입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몸은 두 가지, 육체적 몸과 정신적 몸으로 구별된다는 점입니다. 욕계의 몸은 육체적 몸과 정신적 몸, 두 가지로 형성되며, 색계.무색계의 몸은 정신적 몸으로만 형성됩니다. 육체적 몸은 거칠고 조밀한 눈.코.귀.혀.몸.뇌인 감각기관을 통해서만 바깥 대상과 관계를 맺습니다. 정신적 몸은 지수화풍 4대가 어우러져 형성하는 섬세한 감각기관을 갖춘 몸이기에 바깥 대상과 좀더 유연하고 깊은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6신통이 가능한 까닭입니다.

 

붓다께서는 육체적 몸과 정신적 몸의 관계를 뱀의 허물과 몸, 칼집과 칼의 비유로 설명하셨습니다. 뱀의 새 몸은 허물을 벗고 나오지만 허물 자체가 아니며, 칼은 칼집에서 나오지만 칼집 자체가 아닌 것이죠.

 

욕계 중생의 두 가지 몸은 유체이탈, 임사체험이라는 경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정신적 몸에 의지해서 육체적 몸을 이탈한 것이 바로 유체이탈입니다. 순수하게 정신적인 요소들만으로 육체적 몸을 떠날 수는 없습니다. 12연기의 식識-명색名色에서 분명하게 밝혔듯이, 의식을 제외한 정신적 요소들은 육체적. 정신적 몸과 같이합니다. 다만 그중에서 육체적 몸을 잠시 떨군 상태가 유체이탈이라는 경험입니다.

 

뭇삶은 존재를 형성하면 반드시 태어나야 합니다. 이때 욕계중생으로 태어나면 두 가지 몸을 갖고서 태어나고, 색계.무색계 중생으로 태어나면 정신적 몸만을 갖춘 채 태어날 따름입니다. 욕계중생은 정신적 몸이 육체적 몸에 갇혀 있기에, 거칠고 저열하고 투박한 육체적 감각기관이 요구하는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맡고, 맛보아야만 하는 직접적인 접촉의 감각적 쾌락에의 욕망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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