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소리/如如한 날들의 閑談 78

삶은 한 편의 꿈, 연극, 영화

삶은 한 편의 꿈, 연극, 영화 삶을 꿈으로 비유하는 경우는 아주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습니다. 장자의 ‘나비꿈 胡蝶夢’이 유명하지요. 장자가 꿈에 나비가 되어 즐겁게 놀다가 깬 뒤에 자기가 나비의 꿈을 꾸었는지 나비가 자기의 꿈을 꾸고 있는 것이지 알기 어렵다는 얘기인데, 이를 소재로 ‘매트릭스 The Matrix'라는 영화가 대 히트를 치기도 했습니다. 가상현실 VR(Virtual Reality), 메타버스(Metaverse) 등도 같은 맥락입니다. 16세기 영국의 대문호 세익스피어도 인생은 연극이며, 모든 사람은 그 무대에 서는 배우일 뿐이라고 말했죠. 굳이 유명인을 들먹이지 않아도, 사람이라면 모두 그러한 생각을 한번쯤 안해봤을 리가 만무합니다. 나와 나를 둘러싼 풍경들이 시시각각 변하고, 그런 까..

삶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

삶이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 삶의 궁극적인 의미를 붓다께서는 ‘고통, 불만족’이라고 단언하셨습니다. 어떤 삶을 꾸려나간다한들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하셨죠. 경전에 따르면 ‘고통’은 ‘4고8고’로 정리됩니다. 생로병사 生老病死의 4가지 고통과, 애별리고 愛別離苦, 원증회고 怨憎會苦, 구불득고 救不得苦, 오취온고 五取蘊苦의 4가지 고통을 모두 합하여 8가지 고통이라 합니다. 앞의 4고는 육체적인 고통, 뒤의 4고는 정신적인 불만족을 가리킵니다. 앞의 7가지 고는 8번째 고인 ‘오취온고’에 수렴됩니다. ‘오취온고’는 안팎의 물질과 정신을 ‘내 것’ ‘나’ ‘자아’라고 여기는 탐욕과 무지로 인한 고통, 불만족입니다. 삶은 안팎의 오취온이 상호작용하여 전개되므로 결국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러..

분별과 무분별

분별과 무분별 깨달음을 궁극적 경지로 여기는 선가에서는 ‘분별’을 끔찍하게 혐오합니다. 분별이 참나를 깨닫고 확인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라 봅니다. 분별을 떠난 경지인 참나는 언어와 사유로써는 닿을 수 없는, 어쩔수없이 언어와 몸짓이라는 방편을 활용하여 드러내자면 다만 알 수 없는 ‘무엇’이며 ‘그것’일 따름입니다. 손가락을 퉁기거나 세우고, 손뼉을 치고, 주장자를 휘두르면서, ‘그것, 그것!’을 외칩니다. 그러나 분별하지 않음이 또한 분별인 것을 그들은 외면합니다. 주관과 객관, 세상과 나, 번뇌와 깨달음,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닌, ‘그것’에서 모든 법이 일어나고 생멸합니다. 하지만 ‘그것’ 또한 법입니다. 법이라면 당연히 무상하고, 고이며, 무아인 성품을 지니고 있기 마련입니다. 영원하고 변하지..

법수에 따른 불교교학의 핵심

법수에 따른 불교교학의 핵심 불교 교리는 방대하고 심오하면서 또한 체계적입니다. 정보화시대이니만큼 책, 인터넷, 유투브 등 온갖 곳의 다양한 정보들을 쉽게 접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다양하고 풍성한 만큼 오히려 길을 헤매기 십상이기도 합니다. 상좌부 계통의 기본지침서는 ‘온(5온), 처(12처), 계(18계), 근(오근), 제(사성제), 연(12연기)’으로 정리해 놓기도 했지만, 교리의 점진적인 이해 측면에서 질서정연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법수에 따른 체계는 묘하게도 교학의 점진적 순환적 이해와도 어울리겠다는 판단에 올려 봅니다. 12-12연기 3-3법인 4-4성제 5-5온, 5취온 6-6내외입처 7-7각지 8-8정도 9차제정과 10정도를 집어넣어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입니다. 교학의 ..

10가지 인지, 판단

10가지 판단 붓다께서는 10가지 유념해야 할 인지작용(想, sanna)을 말씀하셨습니다. 인식의 토대는 인지입니다. 인지에 따라서 외부 정보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벌어지게 됩니다. 정치적 파벌인 보수와 진보의 견해가 극단적으로 나뉘는 까닭도 인지에서 비롯합니다. 혹은 정치적, 문화적, 경제적 견해가 같다 해도 그 안에서 거칠거나 미세하게 견해가 나뉩니다. 이 또한 개개인의 인지의 구조, 성분이 달라서입니다. 인식(입력)-> 마음-> 행위(출력) 과정을 고려하면, 인지는 ‘판단’작용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감각기관인 6내입처가 외부 대상인 6외입처를 인식한 결과, 감성(受)과 인지(想)가 형성됩니다. 감성은 인지와 함께 마음(心) 또는 심리를 형성합니다. 감성 즉 느낌은 생명체..

전생체험

전생체험 철학적인 사유가 뛰어넘지 못하는 경계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바로 죽음입니다. 죽음 직전, 혹은 유사죽음의 경계를 인식할 수는 있지만, 죽는 그 순간에 새로운 몸과 정신(5온)이 상속되기 때문에 이전 삶의 경험들은 단절됩니다. 어쩌면 재생 후에 전생의 기억이 또렷하다가 점차 흐려져서 완전히 지워져버린 것일지도 모릅니다. 몇몇 경우에 전생의 기억을 또렷히 진술하기도 하니 말입니다. 어찌되었든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자연사, 질병사, 사고사 등 주변에서 갖가지 형태의 죽음을 목격하며, 나 또한 그와 같은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임을 자연스럽게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삶 이후에도 또다른 삶이 펼쳐질 것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합니다. 윤회, 전생체험에 대한 연구와 결과물들은 적지 않게 쌓여 있지만 주류학..

식과 명색

식과 명색 붓다께서 체득하신 진리인 연기법과 그 법칙의 현상적 전개인 12연기는 인류사에 획기적인 이정표라 할 수 있습니다. 무명과 갈애로 인하여 고통스러운 삶을 끝없이 되풀이해야 하는 범부중생에게 이보다 더 기쁜 복음이 어디 있겠습니까. 인류사에 명멸한 숱한 성인과 현자들 가운데서 유일하게 붓다께서만이 삶을 정확히 진단하고(苦聖諦,) 그 원인을 파악하고(苦集聖諦), 그 원인을 제거하기 위한 목표를 설정하고(苦滅聖諦),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 프로그램(苦滅道聖諦)을 제시하셨습니다. 12연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무명 -> 행 -> 식 명색 -> 6입 -> 촉 -> 수 -> 애 -> 취 -> 유 -> 생 -> 노사.수비우고뇌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이 되는 지분이 ‘식 명색’입니다. 12연기를 3세..

무아윤회 유아윤회

무아윤회 유아윤회 윤회의 주체가 무엇이냐는 의문은 ‘무아윤회’로 정리된 듯하면서도 종종 다시금 불거지곤 한다.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는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진리인 ‘연기법 緣起法’에 따르자면, 연기하는 법의 속성, 성품, 특징은 자연스레 ‘無常, 苦, 無我’이다. 윤회는 연기하는 법들의 순환, 반복, 상속이다. 그렇기에 윤회의 주체는 무아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아윤회는 깨달은 자들의 세상일 뿐이다. 범부중생에게 무아윤회는 없다. 오로지 유아윤회일 뿐이다. 붓다께서는 무명에 덮이고 갈애에 속박된 중생은 윤회의 그 처음을 알 수 없다고 말씀하셨다. 12연기의 처음 지분인 무명의 시초를 알고자 애쓴다 한들 헛수고에 지나지 않고, 궁극적인 깨달음을 얻은 아라한이나 붓다 수준에 이르러야 알 수..

부처님이 처음에 달성한 깨달음은

부처님이 처음에 달성한 깨달음은 부처님이 처음에 달성한 깨달음은 예류과였다는 증거가 경에 보인다. 의 첫머리인 에서 “이와 같이 저에게 들렸습니다. 한때 세존께서는 우루웰라에 거처하십니다. 네란자라 강 언덕의 보리수 아래에서 ‘첫번째로 확연히 깨달으십니다.” 이어서 부처님은 7일 동안 고정됨에 들었다가 빠져나와서 밤의 초반에 12고리의 순행을, 밤의 중반에 12고리의 역행을, 밤의 후반에 12고리의 순행과 역행을 분석관찰한다. 그리고 각각 일종의 오도송을 읊는데, 밤의 초반에 해당하는 게송을 보면, “참으로 열심히 명상하여 법이 나타나면 신성인에게 모든 의문이 사라지나니, 원인을 갖는 법을 알아차리기에.”라고 되어 있다. 밤의 중반에도 “참으로 열심히 명상하여 법이 나타나면 신성인에게 모든 의문이 사라지..

6조 혜능의 경지

6조 혜능의 경지 6조 혜능도 예류자를 넘어선듯하다. 그의 임종게를 보면 “떨어진 잎사귀는 뿌리로 돌아가니, 돌아올 때에는 입조차 없으리라.” 보통 임종게는 자신의 경지를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혜능은 자신이 입 달린 개체적인 생명체로는 다시 태어나지 않을 존재임을 자각하고 있었다고 보인다. 그렇다며 이는 불환자를 의미한다. 또한 오조 법연은 임종시에 “너희들은 힘쓸지니라. 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라고 투박하게 직설했다. 물론 이 임종게들에 대해서 다른 다양한 해석이 내려질 수는 있다. 3조 승찬대사의 의 첫머리에 “도에 이르기란 어렵지 않아서 간택만을 꺼릴 뿐이니, 사랑과 미움만 없다면 통연히 명백하니라.” (至道無難 唯嫌揀擇 但莫憎愛 洞然明白)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이것은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