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최애’하는 E선생님 반갑습니다. 제가 이런저런 철학자들을 거론하면서 아는 척하는 태도 이면에는 아주 못된 심보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동양이든 서양이든 철학, 사상, 사유라 일컫는 정신적 행위에 큰 감동이 없습니다. 그 한계가 뚜렷한 까닭입니다. 삶은 ‘생로병사’의 현상적 틀에 갇혀 있지요.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합니다. 헌데, 사유라는 행위는 ‘생사’를 외면하거나 혹은 신비적 영역으로 던져놓고서, ‘희로애락’만을 대상으로 합니다. 몇 달 전 모임에서 K선생에게 이런 얘기를 슬쩍 짓궂게 건넨 적이 있습니다. “K선생, 이제까지의 모든 사유, 철학, 사상은 말입지, 붓다의 가르침에 비교하자면 놀이터에서 흙장난 하는 아이들 수준이거든.” 아...그때 K선생의 표정이 아주 오묘했습니다. 뭐, 이녀석 아..